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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민간부문]논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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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공간을 통한 지역재생
논농사와 화훼농사로 늙어가고 있는 지역 마을에 다양한 문화들이 교류하는 교차공간을 가진 실험적인 교차문화시설을 제안함으로서 새로운 생명과 가능성으로 지역을 재생시키고자 한다.
땅 – 지역이 가진 기억
땅은 다양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이천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쌀농사로 유명하다. 특히 이 곳 호법은 과거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모내기를 하고 가장 먼저 쌀을 수확하는 곳으로 유명하고 물이 풍부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화훼생산이 가장 많은 곳이다. 많은 농가들이 꽃을 재배하고 전국으로 출하한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논농사와 화훼농사의 유명세와 달리 더 이상 젊은 인구 유입이 없어서 지역사회는 고령화 되었다.
하천을 따라 논이 즐비해 있고 낮은 산들이 주변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대상지는 과거 논농사에 필요한 저수지로 활용되다 어느 순간부터 낚시터로 사용되고 있었다. 생명이 소멸되었던 장소에 건축주는 소통하는 지역문화를 통하여 지역을 소생시키는 건축공간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가로 질서
하천을 따라 형성된 논들은 대상 부지가 낚시터로 사용되면서 땅의 흔적이 단절 되었다. 논의 기억을 복원하는 건축공간은 논길의 수로처럼 벽으로 조직된 여러 중첩의 공간에 비어 있는 질서를 부여하였다. 벽들로 직조된 공간에 내부공간과 나무, 돌, 수공간, 하늘, 자연 등을 담는 외부공간을 중첩시켰다.
세로 질서
남쪽의 낮은 산에서 흘러오는 자연의 흐름은 논, 하천 그리고 반대편의 작은 하천의 교차점을 통하여 논과 산으로 이어지고 다시 논과 산으로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자연의 흐름을 복원하는 건축공간은 논길의 덩어리처럼 매스로 조직된 여러 중첩의 공간에 채워진 질서를 부여하였다. 매스로 직조된 공간에 나무, 돌, 수공간, 하늘, 자연 등을 담는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을 중첩시켰다.
교차공간 – 직조된 질서
가로 질서와 세로 질서가 만나는 지점들에 교차공간이 직조된다. 1층에 형성된 내부 교차공간은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가로 중첩과 세로 중첩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루프탑에 형성된 외부 교차공간은 다양한 플랫폼을 생성하는 확장된 공간이다.
교차문화 – NONSPACE
교차공간은 다양한 프로그램의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보편화된 물리적 공간(NON-SPACE)이 아니라 차별화되고 실험적인 추상적 공간(NONSPACE)이다. 즉, 일반적인 상업공간을 뛰어 넘어서 민간이 만들어내는 지역 복합 문화공간의 플랫폼을 지향하고자 한다. 때로는 그림전시, 조각전시, 도자기전시, 패션쇼, 북콘서트, River market, 명상, 플라워샵, 어린이 미술교실, 팝업스토어 등이 내·외부 공간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다른 문화들이 서로 융합되면서 소통하게 되면서 새로움을 계속해서 창출하게 된다. 가로와 세로의 질서로 만들어진 교차공간은 확장 가능한 다양한 새로운 교차문화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볏짚 노출콘크리트
내부 공간은 볏짚 공간에 들어온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볏짚을 활용한 노출콘크리트 기법을 실험하였다. 볏짚으로 구성된 볏단을 슬라브에 깔고 콘크리트를 타설하였다. 콘크리트에 볏짚이 박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 슬라브를 탈형하고 볏단을 제거해 콘크리트에 붙어 있는 볏짚을 그대로 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볏짚의 변화와 함께 공간의 분위기가 계속해서 변화되어 갈 것이다.
실험적인 기획 – 지역 재생
저예산으로 인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할 수 없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건축주와 함께 만들어낸 브랜딩, 그래픽 디자인, 조경, 가구, 프로그램 등이 모두 잘 작동되어 성공적인 모델로서 지속가능한 지역재생의 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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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주박리 159-5번지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주 용 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317.0㎡
건축면적: 408.20㎡
연 면 적: 428.48㎡
건 폐 율: 17.62%
용 적 률: 18.49%
건물규모: 지상1층
구 조: 철근콘크리트
설 계 자: ㈜온건축사사무소
시 공 자: ㈜채헌종합건설
건 축 주: 유창길
사진작가: 윤준환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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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culture)를 여러 맥락에서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라는 개념에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culture가 경작이나 재배 등을 뜻하는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면, 문화는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조해 내는 것으로 이해되기에 인간이 자연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생활양식과 그 정신이 투영된 건축은 문화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논스페이스’에서는 자연을 해석하고 그 위에 인위적인 작업을 부가하여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세우고 그 결과 문화로 인정받고 그 지역과 사람들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건축사의 의지와 노력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평범한 논들 사이 낚시터의 작은 땅에서 예전 논이었던 기억을 들추어 내고 낮은 둔덕을 조성하여 어스름 길의 둑방을 추억하게 한다. 씨줄날줄 논둑길을 연결한 그리드로 가다듬고 일정한 선형을 교차시키며 공간을 만들어 낸다. 교차된 공간사이에 는 자연스럽게 외부공간이 생성되고 그 곳에서 논에 있던 물과 물소리를 만나고 억새를 만나고 파란 하늘을 만나게 조직하고 있다. 전시공간과 휴게기능을 하는 사방으로 틔인 직선의 공간은 ‘논스페이스‘의 기능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수행하고 있다. 선형공간은 때로 그 영역성을 확보하기도 하고 비워져 있는 외부공간과 연계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이 가능하다.
선형이 교차되면서 생기는 교차공간은 기능을 전이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벽에 기대어 대화하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논의 기억장치로 천정을 볏짚 콘크리트로 마감하여 외부 조형에서부터 내부까지 일관되게 논을 잊지않게 하고 있다. 지붕층에서는 교차공간의 상부위치에 높이와 형태가 다른 콘크리트 벽으로 조형하여 잉여공간을 또 하나의 확장된 공간으로 솜씨있게 생산해내고 있다. 건축사는 내부의 가구 디자인과 브랜딩을 건축이 가진 힘을 따라 동조시켜 스토리를 계속 이어나간다. 앞으로 이 실험적 공간의 안과 밖을 충만히 채울 전시.만남.행사.웃음.사람들과 함께 이 건축이 계속 이야기가 되어서 이 지역에서 문화가 일상적으로 소비가 되는 데 일조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