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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주택분야]청주 수곡 행복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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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으로 채워진 낯선 집
대지는 청주의 중심 간선도로인 청남로와 맞닿고, 대학·주거지·공원이 어우러진 지역에 위치한다. 서향이 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낮은 밀도의 주변 환경과 넓게 열린 시야 덕분에 풍부한 개방감을 얻었다. 설계는 이러한 주변 맥락과 시각적 관계를 최대한 수용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건물 배치는 인접 대지의 일조 와 조망을 세심히 고려하였으며, 도시의 경계를 닫기보다 열어두는 방식을 택했다. 지역의 맥락을 존중하면 서도 공동체적 관계망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건강한 도시건축을 지향했다.
마당과 길에서 시작하는 집
이 집의 중심은 1층의 ‘마을마당’과 ‘마을길’이다. 전면과 후면 도로를 잇는 보행축을 따라 상가와 마을 도서관이 자리하며, 이 길은 거주민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자연스럽게 개방된다. 마당은 상가와 도 서관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외부 골목과 연결되어, 마치 마을의 작은 광장처럼 기능한다. 주거는 이 마당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으며, 열린 복도와 옥외계단 사이로 바람과 햇빛, 사람의 시선 이 오간다. 공유공간은 수평적으로도, 수직적으로도 확장되어 1층의 마당, 2층의 ‘웰콤마당’, 3층의 ‘열린마당’으로 이어진다. 론드리카페, 공유주방, 마을도서관 등은 서로 다른 층에서 입주민과 지역사회 를 연결하는 일상의 무대가 되어, 집 전체를 하나의 열린 구조로 완성한다.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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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수곡 행복주택은 행복주택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건축가가 더 나은 생활 공간을 구현하고자 한 진지한 실천이다. 단순히 청 년·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공급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호흡하는 생활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다. 건물은 상업, 업무, 주거가 함께 공존하는 복합 용도로 계획되었으며, 특히 저층부에 마련된 마을마당과 마을길은 단지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에도 열려 있어, 공공적 가치를 확장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공용공간을 풍부하게 만들고자한 의지다. 건축가는 제도적 한계와 예 산적 제약 속에서도 마을도서관, 론드리카페, 공유주방과 같은 생활 시설을 배치하여 주민과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반 을 마련했다. 각각의 시설은 규모는 작지만, 이웃 간의 관계를 촉진하고 공동체적 삶을 북돋우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이러한 공간들 은 행복주택이라는 유형이 단순히 저렴한 임대주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공공적 주거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초기 설계에서 개방성과 연결성을 강조했던 브릿지 공간이 완공 과정에서 이중창이 덧붙여지면서 의도와는 다소 달리 변형된 점, 그리고 일부 세부의 만듦새가 거칠게 느껴지는 부분은 한계로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과 제약 속에서도 더 나은 공간을 만들려는 건축가의 노력이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완공된 결과물은 여전히 제도적 틀을 넘어서는 공간 경 험을 제공하며, 그 의지가 고스란히 읽힌다.
청주 수곡 행복주택은 행복주택이라는 국가적 주거 유형이 단순한 공급형 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회적 삶 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다. 앞으로 이와 같은 시도가 지속적으로 쌓여갈 때, 한국의 공동주거는 한층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