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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부여리조트 백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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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원은 롯데 부여리조트 100만 평 부지에 지은 첫 번째 시설로 콘도300유닛과 컨벤션홀, 물놀이 시설, 식당 등의 부대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라는 위치, 더구나 정부에서 야심차게 만든 백제문화재현단지와 마주하고 있어 전통 건축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콘도의 유형을 제시하고픈 목표도 있었다. 또한 부여리조트 전체의 시작점으로서 어떻게 미래의 경관과 전체 체계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관점이었다.
백제를 새롭게 상상하다
고대국가 백제의 기록과 유물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도시와 건축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석탑과 주초로 남아있는 백제의 폐허, 그 역사의 파편들은 상상을 통해서만 온전히 재구성된다. 백제를 과거와 똑같은 모습으로 이 시대에 재현하려는 모든 시도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며, 그 어떤 노력도 결국상상의 세계로 귀결된다. 그동안 소위 과학적 방식으로 백제를 복원하고 재현하려 했던 시도들이 실패한 이유는 상상할 바탕을 지워버리거나 상상조차 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상원은 6, 7세기의 백제가 아니라 21세기의 백제를 펼쳐 보이려는 노력이다. 백제를 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백제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자 했다. 그것은 현대적인 건축 언어를 통해, 또 한편으로는 전통 목구조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역사의 파편들이 새로운 백제의 상상으로 결합되었다. 우리 시대의 건축과 도시가 어쩔 수 없이 파편의 콜라주라면 이 시대가 만들 수 있는 역사의 재구성은 파편의 상상력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2개의 곡면으로 만든 콘도 건물은 현대적인 건축 언어로 구축되었으나 그것이 내포하는 어떤 뉘앙스를 통해 백제를 상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했다. 여러 개의 곡선이 만드는 우아한 선의 비례, 컬러 루버를 통해 드러나는 화려하지만 차분한 색감을 통해 백제의 느낌을 담고자 했다. 컬러 루버가 달린 벽면은 한옥의 배경이 되는 한편 그 자체가 하나의 추상적인 이미지로 작동한다. 백제시대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목가구 형식으로 2개의 회랑을 만들었다. 원형 회랑과 컨벤션의 입구 회랑, 두 회랑의 공간 형식은 백제에 대한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목가구 구조가 회랑이라는 실질적인 기능을 갖도록 하여 백상원의 현대건축과 통합된 질서를 이루도록 했다.
현대의 건축 언어와 전통 목구조 형식으로 구현된 공간들을 거닐면서 방문객들이 1,500년 전 백제를 상상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의 백제를 상상해야 했고, 100가지가 넘는 새로운 상상이 필요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백상원(百想園)’이 된 이유다.
새로운 유형을 탐구하다
새로운 유형의 탐구는 어떤 지점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탐색은 300개의 단위유닛을 배열하는 방식을 통해 시작된다.
백상원의 단위 콘도는 말발굽 형태로 휜 편복도를 통해 이어진다. 효율을 이유로 채택하는 중복도가 흔히 인공조명과 불량한 환기로 인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채광과 환기에 유리한 편복도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곡선형 복도는 스케일을 적당한 길이로 인식하게 하고, 편안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편복도 방식은 앞뒤를 분명하게 만들어주어 내·외부 공간의 성격을 고유하게 형성할 수 있다. 앞뒤의 분명한 차이는 복도 쪽 입면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해서 콘도의 외관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었다.
2개의 곡선을 따라 복도와 콘도가 배치되면서 자연스럽게 마당이 만들어졌다. 외부로 열린 첫 번째 마당은 컨벤션 입구 광장을 형성하는 동시에 그 내부에 정원을 만들어준다. 두 번째 중정형의 마당은 카페, 식당, 물놀이 시설 등 저층부의 여러 기능과 이어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쓰일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은 곡면을 따라 흐르지만 곡선의 직각 방향으로 회랑이나 캐노피 등이 개입되면서 강한 축성이 만들어진다. 그런 방향성은 기둥이나 열주 또는 입면의 부분적인 대칭을 통해 강화된다. 특히 원형 회랑에서 메인 홀과 중정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컨벤션 홀 마당에서 컨벤션 홀로 이어지는 과정은 분명히 정의된 축과 공간의 깊이를 경험하게 한다.
편복도 시스템은 유닛 구성에도 영향을 주었다. 중복도의 유닛에 비해 편복도의 유닛은 깊은 깊이를 갖게 된다. 깊어진 공간 때문에 각각의 유닛은 입구에서 거실까지 크게 세 영역으로 구성된 새로운 평면 유형이 제안되었다. 최상층에는 중정을 갖는 유닛을 계획했는데 이 형식은 한옥의 고유한 평면 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
독립적인 원형 회랑은 진입하는 방문객들을 백상원의 현관으로 안내하며, 회랑 주변의 외부 공간을 뚜렷이 정의해준다. 원형 회랑을 따라 거닐면서 방문객들은 모든 각도에서 백상원과 그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 또한 회랑 내부의 광장은 다양한 이벤트를 수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사용된다.
‘백상원’의 윤곽을 그려낸 3개의 중심점을 갖는 서로 다른 곡선, 즉 2개의 말발굽 형태의 건물과 원형의 한옥 회랑은 새로운 리조트 콘도의 유형을 담아내었고, 다양한 공간 조직을 형성하는 틀을 만들어주었다.
부여리조트의 시작점을 만들다
부여리조트의 전체 마스터플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상원의 설계가 시작되었다. 미래를 예감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것은 집이 전체 경관을 압도하지 않으면서 대지의 형상에 맞는 집이 되어야겠다는 것, 부여리조트가 앞으로 어떻게 개발되든 백상원의 공간과 잘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만 5,000평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이 주는 부담은 전체 건물을 높이가 다른 2개의 곡선 매스로 나누면서 한결 줄어들었다. 백제문화단지와 간선 도로로부터 최대한 물러선 방향으로 곡면을 형성한 것도 매스가 주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대지의 윤곽을 형성하는 건물의 배치는 부여리조트의 경계를 분명히 정의하는 한편 콘도의 개별 유닛에 골프코스를 향한 좋은 전망을 제공한다.
전체 리조트의 한 부분을 설계하는 건축가의 입장에서는 마스터플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을 진행하는 일이 다소 곤혹스러웠다. 그렇지만 유연한 공간 조직의 제안을 통해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저층부의 시설을 몇 개의영역으로 나누고 그 사이를 필로티로 열거나 빈 공간을 두어 앞으로 지을 부여리조트 시설과 여러 위치에서 연결점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했다. 모든 연결점은 백상원 내부 공간의 입구를 겸하기 때문에 그곳은 현재도 작동하는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을 담은 공간이다.
백상원은 상상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편안한 휴식, 즐거운 놀이, 그리고 진지한 회의과 중요한 모임이 열리는 곳이다. 이 시설은 필요한 기능이 작동하는 공간으로, 그리고 대지 주변의 상황을 고려한 장소로 설계되었다. 이곳이 ‘백상원(百想園)’인 이유는 백제를 향해 상상하는 계기를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론 건축이 상상을 위한촉매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쁘다.
대지위치 :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 578 외
지역/지구 : 계획관리지역/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
주요용도 : 숙박시설(휴양콘도미니엄)
대지면적 : 31,710.1 m2
건축면적 : 12,413.34m2
연면적 : 57,497.84m2
건폐율 : 39.15%
용적률 : 114.22%
규모 : 지상10층, 지하1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철골조
주요마감 : 현무암, 수성 본타일, IPE, 티타늄아연판
설계 : 김승회(서울대학교)+강원필(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 손석훈, 장수원, 김정윤, 진성일, 전재영, 유용연, 신성진, 이지희
시공사 : 롯데건설(주)
건축주 : 롯데부여리조트(주)
설계기간 : 2008.09~2009.03
공사기간 : 2009.01~2010.07
누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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