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2011 Fort Hill
본문
■ 틈, 원래의 땅을 기억한다.
대지는 행위를 규정한다.
물론 건물의 용도와 그 대지를 바라보는 건축가의 해석여하에 따라 행위를 규정하는 대지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이점이 건축가마다 각기 다른 공간을 연출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PROJECT에 접하면서 대지의 틈에 대해서 주목한다.
전면도로에 접하는 길이가 너무 작아 도로 전면으로 간신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형상이다. 게다가 대지 앞쪽(도로쪽)과 뒤쪽 대지의 레벨차이는 10M 이상의 고저차를 가지고 있고, 그로부터 뒤쪽 인접대지와는 5~6M 높이의 옹벽으로 경계하고 있어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대지의 조건은 최악이다.
그러나 이를 또 다른 틈으로 보면 이러한 대지와 목적하는 건물과의 관계, 대지와 인근 가로와의 관계에서 또다른 접근의 시도를 유도한다. 대지를 도로에 맞는 레벨로 하기에도, 뒤쪽 높은 레벨로 조성하기에도 무리하여 땅의 모습을 거역하지 않고 원래의 땅을 기억하기로 한다.
원래의 땅 모양새를 유지한 채 점진적 레벨 상승을 유지하고 매스와 매스사이에 이 변화하는 레벨을 느낄 수 있도록 틈 속에 길을 계획한다.
틈 속의 길(틈)은 우리의 옛 산동네의 친근한 골목을 기억하게 하고 길을 지나는 곳곳에 건물의 서로 다른 층으로의 진입을 이웃집 들르듯이 유도하여 땅과 사람과 건물을 가깝게 유지한다. 이를 통해 행위가 관계(Rlation)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한다.
또한 외부에서 건축물로 접근할 때만 건축물을 느끼고 마는 것에서 벗어나 대지내로 길을 끌어들여 이미 진입한 대지 내에서도 건축물을 느끼게 하는 시도를 꾀한다.
본능적으로 나를 보이고 싶어 하는 속성 때문에 적은 폭(도로에 접한 길이)이지만, 다소 무리해 보일만큼 대지 앞쪽으로 내부공간상의 활용도를 조금 양보하고 예각으로 어렵사리 고개를 내밀어 본다; 무리들 속에서 손을 들어 나의 존재를 알리듯이.... 모자란 존재의 알림을 대지내로 들어가 보고 싶은 궁금증을 유발하여 시선을 모으는 것으로 보충하고 대지내의 조금씩 열려있는 공간으로 또 다른 공간을 여유롭게 하며 사람과 서로 다른 공간사이의 관계를 편안하게 유도한다.
법적 건폐율과 용적률, 층수가 제한되어 있어 건축주가 더 이상 규모에서 욕심을 부릴 수 없다는 것이 도리어 건축가의 계획을 자유롭게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지의 형태가 전해주는 대로 충실히 공간을 구성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준 건축주 덕분에 틈 속에 또 다른 틈(길)을 열어주어 원래의 땅을 기억하려 한 본래의 의도가 끝까지 유지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글 박주환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1-90
지역지구 : 제1종일반주거지역, 제3종일반주거지역, 조망가로미관지구
주요용도 : 업무시설, 제2종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592.00㎡
건축면적 : 349.22㎡
연면적 : 2,294.66㎡
건폐율 : 58.99%
용적율 : 149.68%
규모 : 지하4층, 지상3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
설계담당 : 박주환
시공사 : 스프링하우징(주)
건축주 : 니스코주식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