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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송현리 안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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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_ 중부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그 중간쯤 곤지암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그곳에서 동쪽으로 약 10km쯤 들어가면 산새들이 지저귀는 작은 오솔길이 나온다. 하늘과 숲만이 존재한 그곳에는 자연의 흔적들과 하늘의 향기가 가득하다. 오솔길의 끝에서 만나는 이 건축물은 자연의 바닥과 하늘의 천정, 그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사계 _ 건축 계획 초기부터 고려되어 온 것은, 자연과 닮은, 자연과 어울리는, 자연을 따라가는 어떤 그런 것이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건축물도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가을, 안나의 집은 하나의 단풍으로 변한다. 얼굴을 붉힌 듯 빨갛게 수줍어하는 뒷산을 닮은 붉은 지붕은 높고 파란 하늘과 이제는 지쳐서 쉬려하는 땅의 중간에서 서로를 달래주려 하고 있다. 겹겹이 쌓인 지붕의 모양은 산과 하나가 되어 대지를 감싸안으며 그렇게 편안함을 주고 있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안나의 집은 하나의 눈송이가 된다. 삼각의 지붕에 내려앉은 하얀 눈과, 자연에 내려앉은 하얀 눈이 딱 그 정도만 하얀 벽과 함께 하나가 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얀 눈이 창을 통해 보이면 눈꽃의 따스함이 전해져 온다.
꽃이 만개하는 봄이 오면 안나의 집은 하나의 꽃으로 변한다. 하얀 벚꽃의 잎과 어울리는 하얀 벽, 산수유의 붉은 잎과 어울리는 붉은 지붕, 주변의 나무를 연계하는 목재 띠의 흐름은 봄,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다.
생활 _ 남측의 따스한 볕을 받을 수 있는 그 곳에 거실과 안방을 계획하였다. 안방은 거실과 적정하게 분리되어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나란히 위치하여 데크로 연계하였다. 안방과의 반대쪽에는 사랑방을 형성하여 전원의 아름다움을 가까운 이웃과 함께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거실의 전후면에 놓여진 데크는 뒷산과 앞마당을 연계하는 중간에서, 거실을 또 하나의 자연이 되게 하였다. 겨울이면 잔잔하게 타오르는 벽난로의 모닥불이 그곳을 따스하게 비출 것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거실상부의 작은 방은 건축주의 예술적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작업실로 계획하면서 측면 데크를 통한 이용성을 최대화 하였다. 삼각형의 천장을 가진 그곳에는 수평으로 긴 창이 있고, 이 창을 통해 바라보는 자연은 한폭의 수묵화와 같은 느낌이다. 측면 데크를 따라 이어지는 다락은 천장이 낮은 삼각형의 공간으로 이루어지면서, 흡사 뻐꾸기 집 모양의 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한줄기 빛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마당과 연계되어 집주위로 형성된 디딤돌을 따라 건물을 돌아보면, 아무렇게나 쌓은 듯한 낮은 담장과 그 위의 기와, 그 앞으로 펼쳐진 자연, 또 지금은 창고로 쓰이는 농군의 집과 연못, 그리고 중간중간 놓여진 장독과 멧돌은 한(韓)의 정취를 느껴지게 하고 있다.
대지위치 :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송현리 383-2
지역지구 : 계획관리지역
주요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985㎡
건축면적 : 216.39㎡
연면적 : 287.85㎡
건폐율 : 21.97%
용적률 : 29.22%
규모 :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
설계담당 : 김태환, 김현우
시공사 : 민혜령
건축주 : 민혜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