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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서울 추모공원 : 화장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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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원은 화장장이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뒷편, 우면산의 등산로를 낀 골짜기에서 멀리 양재IC의 현대기아차 일대와 원경의 타워팰리스 일대를 바라보는 곳이다. 애초에 등산로의 옆켠이었던 곳이 이제는 삶을 마감하는 극적인 의식을 치르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전체는 추후 국립의료원의 입지까지를 희망하는 큰 공원이 되었다. 공원의 초입부는 식물의 구근을 만든 것 같은 둥근 잔디광장이다. 이곳에서는 등산객이 모이고 초등학생들의 단체 모임이 이루어지고 차돌맹이 같은 조각품들이 뒹군다. 작은 공연이 벌어질 소박한 무대도 마련되었다. 터널을 지나 만나는 외로울 것 같은 추모공원의 시작은 의외로 일상의 공간이다. 서울 추모공원은 그렇게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 될 것을 꿈꾸었다. 화장장은 수많은 민원과 지역의 반대를 넘어서기 위해 처음부터 건물로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 지하화. 그러나 서울 추모공원은 땅을 조각하듯이 들어선다. 지극히 자연적인 계곡은 땅을 조각하듯 흐름과 자연적인 모티브의 지붕들로 이루어진 건축물로 랜드아트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사람들은 일상의 소축제장같은 곳에서 꽃과 조각이 어우러진 입맥과 같은 공원을 등산로와 함께 걸어 올라간다. 이곳은 연기로 되어 올라가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사람들과 만나는 곳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만감이 온화하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화장장은 중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2층의 건물이다. 계곡에 묻힌 이 두개층은 등산로와 능선에서 보면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지만 내부에서는 자연을 조망하는 조각된 단면을 가지고 있다. 네장의 꽃잎처럼 어우러진 지붕이 수공간으로 이루어진 중정을 감싸고 있다. 망자의 가족들은 이 중정을 따라 마지막 길을 떠난다. 이곳은 승화된 공간이다. 마치 성전과도 같고 신전과도 같은 곳이다. 사람들은 순로를 따라 율동하듯 달라지는 공간과 빛에 차마 울음을 떠뜨리지 않는다. 프리티드 글라스를 따라 퍼지는 은은하고 밝은 빛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상여를 준비하고, 이윽고 펼쳐지는 물의 중정을 따라 돌며 꽃상여를 보내는 것 같은 화려하고 슬픈 운구가 펼쳐진다. 이곳은 저수지를 따라 걷는 영화적인 상여길을 오마쥬한다. 만장에 둘러싸인 꽃상여가 버드나무 우거진 저수지와 돌다리를 건너 걸어가듯, 꽃비가 내리는 물가를 망자와 눈물섞인 미소로 걷듯이 사람들은 이 공간을 나아간다. 화장을 위한 장소에 이르러 천정은 십자가위의 공간처럼 상승한다. 뒤돌아본 정원은 고요함으로 산자들을 위로한다. 물은 수렴이다. 환생이고 영생이다. 햇빛이 반짝여도 좋고, 눈이 고요하게 쌓여도 좋고, 얇은 수반을 봄비가 흔들어도 좋다. 삶은 아름다웠고 산자들은 마음을 가다듬는다. 망자가 연기로 화해가는 공간은 그 흐름대로 하늘로 치솟는다. 뒤돌아본 프레임된 중정은 마치 회한 많은 인생을 돌아보는 듯 하다. 이 길의 끝에서 산자들은 한줌 재로 변한 가족을 안고 다시 언덕을 오른다. 조각과 꽃과 산자들의 일상이 가볍게 오버랩되는 동산으로. 건축은 삶을 찬양하고 슬픔을 승화시키는 공간이 되었다. 자연은 건축으로 녹아들었고, 산책로는 산으로 이어졌다. 건축은 또 하나의 자연이 되었고, 그 자체로 삶을 담은 조각이 되었다.
대지위치 : 서울시 서초구 원지동 68번지 일대
지역/지구 : 자연녹지지역, 대공방어 협조구역
주요용도 : 묘지관련시설(화장시설)
대지면적 : 36,453㎡
건축면적 : 6,868.14㎡
연면적 : 17,932.5㎡
건폐율 : 18.84%
용적율 : 28.1%
규모 : 지상 2층 / 지하 1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설계담당 :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사 : (주)한화건설
건축주: 서울특별시장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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