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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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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은 수 십년간의 타국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가족들의 이야기가 있는 집이다.
오랜시간 헤어져 지낸 가족들이 만나 못 다한 정을 나누는 곳이며, 이제 곧 떠나보낼 소중한 사람들과의 애틋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곳이다.
이-집의 이야기는 기존의 주택에서 터부시되었던 공간들에 말을 거는데서 출발한다. 숨겨야하거나 버려지는 공간이라 취급되는 기능을 더불어 살게 하고 기존 주택이 가지는 고정관념을 재구성한 집이다.
대문을 열면 종탑처럼 높이 솟아오른 현관의 고측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들어서는 이를 환하게 맞아준다. 신발을 벗고 돌아들면 깊고 낮은 복도는 밖에서의 긴장과 수고로움을 덜어내고 거실로 안내한다. 긴 복도를 지나 다다른 이형의 거실에는 가족들의 담소가 마당 너머 이웃과 연결되고, 은퇴 후 새로운 즐거움을 위해 마련된 가장을 위한 주방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정남향의 위치에 넉넉하게 앉아 트인 마당과 하늘을 품는다. 숨겨야 하거나 버려지는 공간이라 취급되는 기능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기존 주택이 가지는 방들의 위계에서 벗어나 가족이 원하는 바를 재구성해 놓았다. 낮잠 자기 좋은 골방이 숨어 있는 2층 서재에서는 1층의 식탁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부부의 방과 딸의 방을 매개하는 중간에 위치하여 이 공간을 이용하는 시간만큼은 각자의 방에서 나와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 더 다가가도록 한다.
오랜 타지 생활에서 돌아온 가족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집짓기에 관한 주변의 조언과 고정관념들은 그들이 여러 건축가를 거치는 수고를 하게 했다. 통념적인 공식에서 벗어나 가족이 원하는 바가 돋보이도록, 새롭고 특별한 감성을 공간에서 표현해야 했다.
사다리꼴 모양의 대지는 자칫 단조롭기 쉬운 정방형 박스에 생기를 주는 역할을 한다. 비정형 땅의 경계를 따라 생기는 모서리의 예각과 둔각은 집 전체의 형태나 실내 공간을 불편하게 만들기보다 실들이 직각이어야 한다는 틀을 깨는 필연적 이유가 된다. 대지를 따라 비틀어진 매스나 벽들은 이-집을 보는 각도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곳곳에 사용된 사선은 형태의 섬세한 움직임을 돋보이게 한다. 절제되고 순수한 벽과 꼭 필요한 가구, 그 위로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의 유희만으로도 공간은 충분히 감성적일 수 있다.
동네에서 흔히 보았던 붉은 벽돌집의 기억. 그 벽돌의 크기와 쌓기법을 차별화함으로써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황토 벽돌의 이미지를 새롭게 한다. 잔잔한 재료의 물성과 큼지막한 덩어리들의 상충되는 설정. 작은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여 견고한 벽이 되고 그 벽들이 모여 크거나 길거나 높은 덩어리들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단위 벽돌은 그 작은 벽돌의 느낌을 잃지 않고 큰 덩어리들은 여전히 큰 덩어리의 묵직함을 간직한 채 어우러진다.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910번지
지역지구 : 도시지역, 제1종전용주거지역
주요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255.10 ㎡
건축면적 : 127.19 ㎡
연면적 : 271.04 ㎡
건폐율 : 49.86 %
용적률 : 85.08 %
규모 : 지상1층, 지상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
설계담당 : 정 수진
시공사 : 김 근원(건축주 직발주)
건축주 : 김 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