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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파우재, 소나무가 기다려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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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의 계곡, 매혹의 상록수림
소나무와 잣나무가 많고 흙이 좋은 인제군 기린면 현리의 어은골 계곡.
봄과 여름 사이에는 송화가루가 노랗게 쌓이고, 겨울엔 삵바람이 지나가면서 묵직한 눈과 쌀가루 눈이 번갈아 가면서 내린다.
청록색이면서 남색이고 녹색이기도한 잎을 지닌 수천그루의 잣나무, 소나무들의 뒷산, 그들을 처음본 순간 이 집에 대한 바램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이었다.
파우재(PAUSE)가 어은골과 잣나무숲의 일부가 되기를 바랐다.
재료와 구법구현, 지역성과 장소, 같이 풀어내기
당연스럽게도 집을 짓는 재료는 나무와 흙이 되었다.
소박하면서도 힘있는 뼈대와 서까래, 거칠면서 자연스런 질감을 느낄수 있는 잣나무 껍질같은 흙미장이 기본이 되었다.
한옥의 처마선이 기본이 되어 창문의 높이는 전부 1.8미터 이하로 낮추었다. 고개를 조금 숙이거나 앉아야만 계곡과 숲을 볼수 있게하여 집의 위압감을 덜어내려 하였다. 요즘 주택의 편의성은 유지하고 한옥과 같이 목조주택의 맛은 살리기 위해 실내에서 목구조 프레임을 최대한 노출시키면서, 구조목을 조명의 기본으로 사용하고, 모양은 최대한 단순하게 하였다.
소박하고 단촐함을 기본으로 하고 집으로서의 정체성의 나머지는 살아가는 가족에게 맡겼다.
잣나무 껍질의 미감을 흉내내어, 흙미장의 깊이와 모양을 2주일 동안 수정하면서 만들어냈다.
색깔은 시공 시행착오와 결과의 잘못을 건축가인 우리가 인정하고 두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쳐서 매혹의 계곡과 숲에 누가 되지않게 결과가 나왔다.
지역성은 재료와 구법에서, 장소에 대한 고민은 의외로 색깔과 바라보는 높이에서 근접점을 찾았다. 건축가는 풀어가는 사람이지 강요하는 존재는 아닌 것 같음을 새삼 느꼈다.
처음엔 집, 지금은 스테이. 정체성의 변화
처음엔 두 노부부가 살아가는 집이 건축의 목적이였다.
지어지는 과정에서 건축주 자녀분과의 대화와 교감이 많이 이루어지고, 지인들이 다녀가면서 사용의 목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묵고가는 스테이(민박)가 되었다.
집이란 지역성, 장소, 재료와 구법이 잘 혼합되어 지어지지만 물건만이 아니기에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무엇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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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 강원 인제군 기린면 현리 1258-7
용도지역 : 계획관리지역
주요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998.00m²
건축면적 : 86.28m²
연 면 적 : 86.28m²
건 폐 율 : 8.65%
용 적 률 : 8.65%
규 모 : 지상 1층
구 조 : 일반목구조
설 계 자 : 송정한 / ㈜해담건축건축사사무소
시 공 자 : 해담건축CM
건 축 주 : 농업회사법인 창천㈜ 인제지점
사진작가 : 최진보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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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 깊숙한 곳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는 파우재를 만났다. 잣나무 숲에 품어진 단출한 매스의 규모, 잣나무의 거친 느낌이 외벽의 마감으로 생생히 보여지는 외벽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그와 대비되는 단편의 서까래 구조는 재료 내면의 색채를 보이며 단아하게 지붕을 떠받들고 있다. 특히 서까래 칸칸이 박힌 조명으로 깊은 산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현대화한 한옥의 대들보가 얇은 구조체로 열 지어 있으며 특유의 선형의 조명이 이어진다. 그리 높지 않은 창문의 높이는, 서서는 내려다보고 앉아서는 올려다볼 수 있는 전통적 한옥에서 주는 스케일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실의 좌탁 너머 창문으로 들어오는 풍경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차분한 서정성을 느끼게 한다. 언젠가 깊게 들어오는 달빛을 받으며 파우재라는 이름처럼 근심을 한번 덜어내 보고 싶다. (송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