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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옥분야] 이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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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자연의 경계에서
대지는 두 개의 직선과 동그랗게 말린 곡선이 만든 부채꼴 모양이다. 동,서, 북 방향으로 세 개의 인접대지와 맞닿아 있고, 남향 습지공원과 경계를 만들면서 전면도로가 지나고 있다. 길 건너에는 사계절마다 옷을 갈아 있는 ‘습지 공원’과 동북방향 2층 정도 높이에서는 멀리 ‘북한산’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 진다. 집은 ‘ㄱ’자 형태로 북쪽으로 부설주차장을, 남쪽으로 마당을 품고 자리잡았다. 대문은 길에서 한 걸음 물러나 방문자를 맞이한다. 대문을 지나 있는 마당은 이리루 안과 밖의 전이공간이자 훌륭한 기능공간 이다. 바닥의 마사토는 자연 채광을 적절히 반사 시켜 집안 깊숙한 곳까지 빛을 들이고, 마당 한 켠의 썬큰은 지하공간의 채광과 환기를 좋게 하는 허파 같은 공간이다. 집의 적절한 비례감과 볼륨감을 찾기 위해 1,2층의 바닥 면적과 층고를 세밀하게 조정했고, 건물과 대지 형상이 만나면서 생기는 자투리 공간에는 조경과 비 안 맞는 마루 공간을 만들어 집 바깥공간을 다채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두 집과 세 개의 마당
마당은 이리루의 사통팔달 중심공간이 다. 이곳에서 하심채와 운유루 그리고 지하공간으로 바로 접근이 가능하다. 하심채와 운유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자 기획된 공간이라 그 구성은 일반 살림집과는 조금 다르다. 두 집은 마당을 공유하지만, 각각의 작은 마당을 가진다. 또 한 내부는 침실과 화장실 기본 조합으로 크기와 용도에 맞게 필요 실들을 추가로 마련했다. 이는 두 집이 하나의 틀안에서 공존하지만, 각각의 독립된 공간체계를 만들어주고자 한 의도다.
3개층 한옥, 구조와 프로그램 복합
‘한 지붕, 집 세 채’_ 이리루는 총 3개층에 살림집과 게스트하우스 3채가 수직, 수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3개층 다층한옥에서 각각의 프로그램과 기능이 복합적 그리고 독립적으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동선 계획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북쪽으로 이 집의 규모에 맞게 자주식 연접 주차 2대를 계획했고, 동일한 켜에 퇴칸을 내어 돌음식 계단실을 만들었다. 계단은 층별로 1층 게스트하우스와 2층 주인집, 지하1 층 다목적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수직 이동 공간이며, 동시에 층간 간섭을 받지 않고 각층별로 접근할 수 있는 출입 공간 역할을 한다. 이와 더불어 ‘덤 웨이터’ 설비는 지하 인프라 공간을 각 층과 직접 연결하는 이 집의 훌륭한 운송 수단이다.
현대의 삶을 담은 내실 있는 살림집
2층 윤이재는 집주인의 거주 공간이다. 두 칸 침실을 중심으로 파우더와 욕실, 드레스룸, 차실이 있는 단순한 구조다. 이는 각종 조리와 식사, 세탁, 저장 기능을 지 하1층 노닐마루가 담당하고 있기에 가능 한 구조다. 퇴칸으로 별도 구획한 계단실을 통해서 1층 하심채와 윤이재에 투숙객이 있을 경우 주차장으로 난 지상층 출입문과 지하층까지 곧바로 접근 가능하다.
이리루를 작동하게 하는 인프라공간
이리루 연면적의 약 40% 정도를 차지하는 지하층 노닐마루는 지상1,2층에 있는 3채의 집이 작동하게 하는 서비스 공간이다. 접근은 실내 계단과 외부 썬큰으로 난 작은 계단을 통해서 가능 하다. 널찍한 현대식 아일랜드 주방과 AV시스템이 갖춰진 노닐 마루는 이름 그대로 손님을 맞이하고 요리를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널찍한 유희 공간이다. 노닐마루의 식사공간은 특별하다. 누마루의 단면구조를 이용하여 층고 높게 만들었고, 썬큰 방향으로 전면창을 설치하여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이는 날씨 좋은 날에는 따스한 햇살을,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내려 이곳이 지하 공간임을 잊게 한다.
한결 가볍고 기밀해진 벽체와 지붕
이리루는 전통적인 벽체 단면구성, 지붕 단면구성을 지향하지 않았다. 벽체는 2”x4” 경량 목조주택 벽체 구성을 차용하여 마감, 방습층, 단열층을 구성했다. 각종 인방, 문선 등은 집의 미관을 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식적인 요소로 단순화했다. 이는 세치 또는 네치 정도의 인방 두께안에서 단열과 마감층까지 해결해야 하는 한옥의 구조적 단점을 극복하고 부재 변형에 따른 우풍과 인방 등에 의해 생기는 단열층의 불연속성에 의한 콜드 브릿지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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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원 형태의 부지에 ㄱ자형의 변형된 평면을 이용하여 지장2층의 집주인 살림집과 지상 1층 두 채의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이를 받쳐주고 있는 주방과 식당의 기능을 갖고 있는 지하층이 결합되어 한옥이 지니고 있는 다채로운 공간을 한 부지 안에서 확보하고 있다. 얄미울 정도로 각 공간의 짜임을 꼼꼼하게 조직화하여 공간에 대한 느낌이 매우 탄탄하게 느껴진다. 특히 대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지하로 연결된 선큰 처리와 북쪽에 놓여진 계단실은 모든 공간을 연결하는 커넥터의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 한옥이 지어지면서 개량된 창호 시스템, 외목도리를 활용한 부재 및 구법의 활용 등도 이리루의 독특한 특성을 보여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