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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옥분야]서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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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재(曙熙齋)

서희재는 은평한옥마을의 조용한 골목 안, 소담한 규모와 단정한 외관으로 자리한 한옥 주택이다. 크지 않은 대지에 넓은 마당과 정원을 중심으로 공간을구성하여, 아파트에서 는 누리기 어려운 자연과의 일상을 담아낸다.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사는 집

서희재는 도시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현 하고자 한 주택이다. 집은 마당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배치되었으며, 마당을 향해 열려 있는 대청과 누마루를 통 해 외부 자연을 실로 끌어들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건축 주는 넓은 실내 공간보다는 자연을 담을 넓은 마당을 선택 했다. 마당은 단순히 외부 공간이 아닌 일상생활의 연장선 으로, 아침에는 햇살을 맞고, 오후에는 바람을 느끼며, 사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거실과 침실을 잇는 스킵플로어 구조

“2층은 다리가 아프다”라는 건축주의 말을 반영하여 각 층을 올라가는 계단에 스킵플로어 방식을 적용하여 여섯 계단만 올라가고 내려가면 각층을 편안하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내부 공간에 반층 단차를 통해 공간 간의 연결성을 자연스럽게 조절했다. 거실과 안방은 스킵플로어로 설계되어 시각적으로는 분리되지만, 동선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안방은 거실보다 높게 위치하여 사적인 영역으로서 공간의 분리를 느끼게 해준다. 이와 같은 구 성은 협소한 대지에서도 개방감과 기능성을 확보한다.




서희재의 누마루

서희재의 누마루는 전통적 건축 요소를 적용한 공간으로, 집의 핵심이자 최고의 조망을 갖춘 위치에 자리한다. 하지만 옆집과 맞닿은 위치로 인해, 양쪽 집 모두의 사생활을 침해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폐 할 수 있는 한식 나무판문을 설치하여 필요시 시선을 차단하고 프라이 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의도치 않게도, 이에 따라 안방에서는 다양한 공간의 겹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 을 얻었다. 그리고 누마루의 정면은 북한산을 향하고 있어, 이 방향에는 개방형 창을 설치하여 북한산을 실내에서도 조 망할 수 있게 계획하였다. 실내에서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 면서도 자연을 향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구성은 전통적인 한옥 구조에서 누마루가 수행하던 전이 공 간의 기능을 오늘날의 주거 요구 맞춘 요소이다.



대조적인 성격의 공간들이 마당을 둘러싼 집

전통 한옥에서 대청은 여름철을 위한 공간이다. 목구조가 그대 로 드러나고 마당을 향해 열려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개방적인 공간의 성격이 강하다. 마당과 바로 맞닿아 있어 외부 자연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가능하며, 휴식의 장소로 활용된다.

이에 반해 방은 겨울철의 공간이다. 목구조가 드러나지 않고 벽 전체와 창호를 모두 한지로 마감하여 폐쇄적인 성격을 띤다. 조 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사생활을 보호받는 개인적인 공 간이다.

이러한 전통 한옥의 특징을 현대 한옥인 서희재에 적용하고자 하였다. 성격이 대조적인 공간(대청과 방)을, 마당을 중심으로 나란히 배치하여, 건축주는 외부 환경과의 소통을 유지하면서 도 개인의 사적인 경계는 분명히 보호받는 공간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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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은평한옥마을은 2014년 12월경부터 신(新)한옥 전용 주거단지로 조성되었다. 우리 전통의 멋을 간직한 한옥들이 한채, 두채 지어짐에 따라 단지의 빈터가 거의 채워지고 있다. 지방의 민속 마을이나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과는 다르게 이십여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조성된 마을이다 보니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간의 위치에 따른 잠재된 표현에 있어서 다양한 마을사람들의 정서 까지는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 가운데 눈에 번쩍 띄는 가옥이 자리하고 있다. 대문 앞에 걸린 편액 서희재(曙熙齋)를 만났다. 편액은 집주인의 성품을 잘 아는 지인이 지어 주는 경우도 있고, 자기 스스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지녀야 할 가치를 함축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이 집을 지 으면서 느낀 감흥을 그대로 표현하여 집의 성격을 나타낼 때도 있다. 

2022년 서울시 올해의 한옥으로 뽑히기도 한 이 집의 건축주가 당시 대담한 내용을 살펴보니 누마루가 가장 애착이 가는 공 간이라 한다. 안방에서 남쪽으로 출입하는 높지막한 작은 누마루에서 동편의 북한산 자락을 바라보니 ‘서희재’라 명명한 이유 를 짐작케 한다. 누마루에 올라 새벽 여명의 빛이 비치면서 서서히 밝아짐에 희망을 느끼는 건축주의 평온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남북으로 난 골목길에 서쪽에 자리하다 보니 마당을 두고 안쪽에 안방이 위치하고 있다 보니 누마루는 동향이 되며 따

라서 아침해의 조망이 좋다. 

대문을 들어서면 동서로 긴 대지에 마당을 두고 ‘ㄷ’자 형태의 평면을 하고 있다. 마당은 돌과 굵은 모래를 제외하고 수국과 단 풍나무, 온갖 꽃을 빼곡하게 심었다. 자연과 가까이 하며 마당공간을 크게 두어 거실과 주방, 안방에서도 마당공간과 열려 있 게 배치하였다. 대문칸과 마당을 남쪽으로 길게 접한 대청이었을 거실과 주방은 단층으로 하였고 서쪽으로 서재느낌의 침실 은 아래로 몇 계단 내려가 배치하고, 그 상부는 안방과 누마루를 두어 복층 형태로 자리하였다. 

은평 한옥 대부분이 2층으로, 실내공간을 넓게 하려고 마당을 좁게 한 한옥이 많아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은 다소 좁은 대지임에도 불구하고 복층 형태를 서쪽으로 일부만 배치하여 열려 있는 개방감이 크다.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주 거에 필요한 기능이 잘 갖춰져 있다. 외부의 단열과 보안도 중시하면서 내부 창호는 전통으로 하고 한지를 정성껏 발랐다.

설계자는 다니엘 텐들러와 최지희 건축사다. 구례 운조루 사랑채 끝에 있는 누마루와 행랑채 너머로 산이 보이는 풍경에서 착 안하였다는 이 한옥은 건축주의 한옥 사랑을 한껏 담아 완성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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