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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전곡 선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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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호모에렉투스가 한탄강을 따라 돌아다니다 전곡에 도착했다. 그들은 강이 만나 자갈 여울이 형성된 이곳에서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고 다스리기 시작했다. 전곡은 이동하는 짐승의 무리를 관찰하기에 좋은 지점이자 수천 년간 점유돼온 완벽한 교차로다. 역사적 현장인 박물관 부지는 두 개의 언덕, 부드럽게 굴곡진 계곡, 한 줄기 야생의 강을 산악이 에워싼 형세를 취하고 있다.
박물관은 두 언덕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부드럽게 마음을 달래는 형태여서 풍경을 또렷하게 강조한다. 이는 건축물과 풍경을 혼합한 완전히 새로운 해석으로 대지예술에 가깝다. 건물은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을 언덕으로 분산시키면서 주변 산세와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신비하고 미래주의적인 스타일을 통해 관심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박물관은 소위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로도 불리며 빛을 반사해 자신을 비물질화한다. 우리는 언덕 사이 골짜기에 묻힌 타임머신 같은 타임캡슐을 창조하고자 했다. 마치 공상과학적 꿈처럼 이곳에서 테크놀로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접합부도 없고 개구부조차 드문, 빛을 반사하는 건물의 레이아웃 뒤에 숨어 있는 것이다. 누구도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거의 동물과 흡사한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로 디자인된 박물관은 빛을 반사하면서 변화하고 보는 시점에 따라 파도처럼 일렁인다. 한국 문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용에서 영감을 얻어 건물 표피는 구멍이 많이 뚫린 반짝이는 반투명 스테인리스 스틸로 완성해 용의 비늘처럼 보이게 했다. 밤이 되면 이 구멍들은 실내 조명에 의해 투광 조명으로 변한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조명들이 흔들거릴 때면 이 괴이한 형태의 건물은 어둠 속으로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숨 쉬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에서는 반투명 스테인리스 스틸을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건물 옥상을 무광 강철로 덮으려고 했다. 무광 강철이 점차 반짝이는 표피로 변해가면서 주변에 신비로운 빛을 발산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불행히도 그런 점진적인 변화를 창조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중국에서 날아와 이곳에 안착할 황사를 생각해 길고 둥근 건물의 광택을 드러내기로 했다. 중국의 바람은 시간의 모래를 표현하게 될 것이다.
자세히 보면 박물관이 지하로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데 이는 고고학자들이 끈기 있게 고대 흔적을 캐내고 있는 바닥으로, 숨겨진 땅속으로, 그 지층 속으로 방문객들도 뛰어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물관은 미래적인 동굴, 얕은 공간, 건물 속 동굴로 설계됐다. 박물관 형태는 유기적이고 부드러우며 둥글게 처리했고 외피는 어떤 직각부도 단절부도 없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계단을 따라 박물관 입구까지 올라가는 길은 온통 하얗게 표현해 과거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도록 했다. 천장은 벽과 이어져 바닥과 만난다. 가구와 진열장, 벤치는 내부 표피가 연장된 형태로 돼 있다. 동굴 내부에 조각된 블록도 이와 동일하다. 이러한 박물관 요소는 그 심오함 속에서 넓게 열린 구획들과 나무줄기처럼 숲을 이루는 기둥들로, 언덕을 굽어보는 개방형 창문 프레임으로 진정한 경관을 형성하면서 마치 “이주 흐름을 나타내는 지도” 처럼 부유하는 오브제들을 드러내고 관람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야외로 나가면 고리 형태의 통로들이 건물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연결하고 묶어주는 장소인 옥상으로 이어진다.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 박물관 꼭대기에서 우리는 선사시대 인간이 되어 고지를 조망할 수 있다. (글, 편집, 번역 / XTU, 공간 / 공간 #523 발췌)
위치 :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176-1번지 외 82필지
대지면적 : 72,410㎡
건축면적 : 3,484.10㎡
건폐율 : 4.3%
연면적 : 5,395.75㎡
용적율 : 4.61%
규 모 : 지하1층 ~ 지상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 철골조
주차대수 : 103
최고높이 : 6.4 m
외부마감 : 스테인리스 스틸판 + 복층유리
설계자 : XTU(프랑스)/ Anouk Legendr +㈜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홍경식
건축주 : 경기도
시공자 : 현대건설㈜
사진 : 박호관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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