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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선두리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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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리 주택 터를 소개받은 것은 2년 전으로 11월이 다갈 무렵 쓸쓸함 속에 한기가 피어오르는 늦가을 어느날이었다. 현장을 두세 번 더 찾고 나서 실낱같은 구상이 떠오른 것은 마을길을 구불구불 올라간 산기슭을 뒤돌아 멀리 황해 바다의 수평선과 마주친 때였다. 그리고 주변의 동측과 서측, 그리고 북측의 멀고 가까운 산세들을 둘러보고 난 후, 시선을 돌려야 하는 사람들의 몸짓을 건축이 대신해 줄 수 있다면, 각각의 아름다운 풍광들, 정면과 좌우면의 경치가 각각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관입 될 수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창이 있는 개구부가 가능케 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대지의 흐름이 뒷산에서 부터 저 먼 바다까지 이어지게 하려면 1층은 필연적으로 비워야 한다. 그리고 먼 바다와, 좌우의 산봉우리, 뒷산까지 담으려면 2층은 풍광을 따르는 축을 따라 배치되어야 한다. 2층으로는 어떻게 오를까? 구불구불 오른 산기슭에서 작은 개울을 건너 살짝 감춰진 문을 통해 빛이 차오르는 계단이 방문객의 호기심을 인도하여 자연스럽게 오르게 한다면...

2층에 오르면 탄성과 함께 탄식 섞인 풍광이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어두운 사각형의 프레임에 의해 펼쳐지는 먼 바다의 수평선이 오르내리는 발걸음에 따라 새로이 들어차는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들이 시선들을 따르리라. 원경, 중근경, 그리고 근경과 함께...

 

그리하여 나는 각각의 풍경축을 향하는 작은 방들을 엮어내고 그 속에 각각의 풍경을 관입시켰다. 마지막으로 서측 바다의 내면과 먼 하늘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창이 세워졌다. 이렇듯 하염없는 상념에서 만들어진 어두운 방들은 각각의 초점에 따라 전혀 다른 조망을 보여주는 풍경틀이 되었다.

 

50대 중반의 선두리 주택 건축주 내외는 매우 겸손하고 성실한 분들로, 오래전부터 조용한 자연 속에 작은 휴식처를 갖길 원했다. 그들의 소박한 소망을 보다 충실히 담아내기 위해 되도록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출발하였다. 주위의 모든 풍광을 여러방향으로 나누어 담아내면서도 최소한의 발디딤만으로 대지위에 우뚝 서는 집이 만들어져야 했다. 그리하여 필요로 하는 최소한으로 지상과의 접촉면을 줄이고, 2층에서 모든 풍광을 읽어내는 큰 창들을 만들게 되었다. 최상층은 부부를 위한 침실로, 6m×6m 의 커튼월의 창이 크지 않은 면적이지만 높은 천장고 덕분에 답답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다. 밤하늘과의 경계가 아스라한 방의 천장에는 별빛을 패러디한 인공빛을 박아 넣고, 먼 바다의 수면에 반사된 달빛의 편린들이 방안을 가득 채우는 월광의 침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로써 주위의 풍경들을 받아들이는 풍경틀,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요구에 대응한 기능틀, 대지에 대응한 구조틀을 엮어낸 선두리 주택은 주변 4계절의 풍광 속에서 오래전부터 있었던 집처럼 자연과 함께 동화되어가고 있다.



대지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 998-1번지

지역지구 관리지역

주요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 555

건축면적 126.95

연면적 180.46

건폐율 22.87%

용적률 32.52%

규모 : 지상3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설계담당 : 김용주, 김진범, 박성신

설계기간 2006. 6. - 2006. 10.

공사기간 : 2006. 11. - 20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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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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