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학교 기숙사설계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기존의 여러 기숙사를 접하게 되었다.

최근의 여러 대학 기숙사를 답사하고 도면들을 검토하면서 아직도 열악한 환경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학생들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으며, 다양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HOUSING’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최근 여러대학에서 기숙사 신축을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일수록 그 경쟁은 치열하다. 기숙사 확보율이 학생유치

의 절대 좌표가 된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자칫 그 수용인원에만 치우쳐 대학의 기숙사가 해야할 역할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대학의 기숙사는‘수용’의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면서 서로의 가치관을 교류하는 교육의 연장선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즉 단순한‘도미토리’형 기숙사 아닌, 다양성과 선택의 자유가 열려있는‘HOUSING’이어야 한다.

배재대학교의 주문은 간단한 것이었다. 학생들이 자유로이 모여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정보를 공유하며 학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이외에 미리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아크는‘배재 빌리지’를 제안하였다. 공간적으로 이미 3개동의 기숙사가 듬성듬성 흩어져 있었는데, 이것을 적절히 모으고 분배

하면 배재대학교 부지내에 살기좋은‘마을’을 형성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였다. ‘마을’에는 여러종류의 집이 있다. 같은 집이라도 놓여진 위치나 방향에 따라 모두가 다른 집이 된다. 언덕을 오르면 또다른 마을도 보인다. 골목길도 있다. 골목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 구멍 가게도 있다. 학교도 있고 음식점도 있다. 일상생활이 곧 대학생활인 것이다. 채택되었다.

배재대학교 기숙사는 배치도 상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3개 기숙사를 신 기숙사가 통합하고 있다. 각 동에서 서로 호응할 수 있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자신의 방에서 자신의 건물을 바라보는 즐거움, 또 옆 건물을 바라보고, 선큰광장을 바라보고, 식당을 내려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여러 경로를 통해 커뮤니티 공간에 다다를 수 있다. 각 동의 학생들은 선큰광장에서 만난다. 또 선큰광장에서 헤어진다. 대형 계단으로 내려오거나, 건물을 관통하는 경사로로 내려오거나 언제든지 이곳에서 만난다. 이 만남은‘빌리지형 기숙사’를 완성시킨다.

배재대학교 기숙사는 신개념의 유닛플랜(기숙실)으로 이루어 졌다. ‘국제언어생활관’이라는 건물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언어를 학습하며 생활하는 기숙사이다. 커뮤니티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이아크는‘거실개념’을 도입하였다. 각 기숙실마다 그 크기에 맞는 적절한 거실을 두었다. 기존 기숙사들의 복도나 서비스공간으로 좁게 형성된 부분들을 한곳에 집약시켜 거실을 만들었다. 배재대 기숙사에는 그래서 복도가 없다.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다분히 통합적이며 합목적적이다. 기숙실 내에서 가장 다양하게 쓰이는 곳이며 생활언어가 시작되는 학습의 장이다.

정해진 면적에서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변기 및 세면대, 샤워실 등 서비스공간의 동시 사용률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것은 각 요소를 독립시키는 것이었다. 이로써 얻어진 공간이 거실이 되었다.

배재대학교 기숙사는 아주 단순한 건물이다. 건물 매스가 아주 단순하다. 건물의 주 재료도 아주 단순하다. 기숙실 구성도 아주 단순하다. 건물 배치도 아주 단순하다. 그러나 그속에는 다양성이 있다. 학생들이 다양하며 삶의 방식이 다양하다. 만남의 형식이 다양하다. 움직임에 따라 보이는 선이 다양하다. 더욱이 단순한 입면은 항상 변한다.

이러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더욱 다양한 생각들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대지위치 : 대전광역시 서구 도마동 439-6번지 외 4필지

지역/지구 : 제2,3종일반주거지역, 자연녹지지역, 최고고도지구(20m)

주요용도 :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기숙사)

대지면적 : 206,774.90㎡

건축면적 : 2,933.67㎡

연면적 : 18,274.80㎡

규모 : 지하 2층, 지상 5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주요마감 : 노출콘크리트, 커튼월시스템, 천공알미늄스크린

감리단 : (주)유성건축-사중기, 이기필

구조설계 : 창,민우 구조

기계전기 : 하나기연

토목설계 : 다산이앤지

설계담당 : 신승현, 이 훈, 목영민, 조성문, 김여현, 임선진, 박세원, 김지용, 김진구, 김정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