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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일반주거부문] 모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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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서 집을 짓고 사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하지만 점점 다양한 목적을 위해 모여 사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여서 집을 짓는 구성원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면서 각자의 형편에 맞게 집을 짓는 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특히 도심에서의 모여 사는 집은 흔히 빌라라고 이야기하는 다세대주택의 유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땅의 크기, 주변의 상황, 공사비 등의 이유로 천편일률적인 빌라가 되고 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여가’는 도심에서, 공사비의 과도한 투입 없이, 각자의 가족구성, 라이프 스타일, 각  집의 예산, 그리고 각자의 가정에서 가지고 있던 집에 대한 로망을 찾아주는 집이다.


젊은 부부들은 전원으로 쉽게 나가지 못한다. 각자의 일터가 도심에 있고, 아이들도 도시에서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받아야 하기에 도시를 떠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아파트는 너무 삭막하며,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집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아이들을 좀 더 아이답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뭉쳐서 이 집짓기는 시작되었다. 이들은 감성적 육아를 기대하며 특별한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정감 있는 골목과 동네를 만들고 싶었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많은 형제들과 친구들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건축가와 함께 목적에 걸 맞는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건축가와 함께 땅을 구입하고, 그곳에 집을 짓기 위해 8가족 약25명은 행복한 모임을 시작했다. 

집을 지은 후 어떻게 살고 싶은가? 에 대한 질문의 답을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과 상황, 육아의 방법 등을 공유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동육아의 바탕이 되는 작은 마을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 과정을 통해서 구성원들은 서로의 아이들과 친해지고, 누군가의 친구와 누군가의 형제, 자매가 되어 갔다.


각자의 집은 가족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과 가족 구성원이 가졌던 집에 대한 로망에 맞는 구조와 공간을 계획하면서, 가지고 싶었던 공간을 찾아가고, 꿈꾸던 그들의 로망을 실현시키게 되었다. 건축가는 집집마다 그들의 경제적 예산에 맞추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작은 공간들과 각 집들의 시각적, 공간적 소통이 가능한 장치(테라스, 마당, 발코니, 공동마당, 데크, 수영장, 공부방 등,,)를 뿌려놓고, 그것을 각자의 공간에서 바라보고, 누리고 점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8집은 하나의 건물에서 어느 층, 어느 위치, 어떤 방식의 집을 소유할 것인가? 에 대한 이해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8집에 각각의 장점과 매력을 발산하도록 하였다. 다른 집이 부럽지만, 그 집도 이 집이 부럽도록 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건축과 공간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모든 집들이 각자의 매력과 장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모든 가정이 만족하는 공간적 분배가 합의 되었다.


‘모여가’는 빌라도 아니며, 단독주택도 아파트도 아니다, 또한 타운하우스도 공유주거도 아니다. ‘모여가’는 각자의 소유로서 재산이며, 각자에게 맞춤적인 단독주택이기도 하고, 타운하우스이기도 하며, 동네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의 친구가, 형제가, 자매가 가까이에 있는 새로운 공간심리적 도시주거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도시에서의 새로운 주거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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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 부산 남구 대연동 1115-54외1필지

용도지역 : 제1종일반주거지역

주요용도 : 다세대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678.00 ㎡

건축면적 : 400.06 ㎡

연 면 적 : 819.83 ㎡

건 폐 율 : 59.01 %

용 적 률 : 120.92 %

규    모 : 지상4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

설 계 자 : 오신욱 / 라움건축사사무소

시 공 자 : 종합건설콘크리트공작소(주)

건 축 주 : 김종준 외 1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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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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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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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측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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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측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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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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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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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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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호 거실

심사평

도시 주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연립주택은 상업적 요구에 쉽게 굴복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아파트보다도 더 폐쇄적, 획일적인 유형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일정 수준의 품질을 확보한 편의점 식품도 아니고 셰프의 손끝으로 완성된 요리와도 거리가 먼, 불량식품 같은 존재. 이것이 그동안 한국의 도시들을 채운 대부분 소형연립주택의 자화상이라면 이 작품은 편의점 진열대에서 발견한 구루메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대단함은 건축주들의 다양한 요구와 삶의 특성을 반영하여 마치 각각의 단독주택들을 집적한 것과 같이 설계한 개별성의 미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주목할 만 것은 저층부와 각 세대들 사이에 삽입되어 적절하게 작동하는 여러 종류의 공공공간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행하는 작은 태양계와 같은 공동체 세계를 구축한 지점에 있다. 이 작품을 두고 현대사회의 이상적인 소형연립주택의 전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적어도 미래의 유형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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