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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사회공공부문] 제정구 커뮤니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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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짐 없는 큰 자유를 위한 작은 숲 제정구커뮤니티센터

 

제정구 커뮤니티센터는 경상남도 고성군 대가면의 대가저수지에 면해 있는 공원내에 조성된 시설로 제정구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주민들과 방문객이 같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문화공간이다.


제정구선생은 이 고성출신으로 도시빈민의 생존권과 인권보호를 위해 일생을 헌신한 인권운동가로 가짐보다 비우고 나누는 삶을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다 병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선생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흐르는 존엄성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집착하였으며, 그런 분을 기억하는 집이라면, 보다 근본적 건축이어야 한다고 여겨, 가장 단순한 건축의 형태인 박공지붕의 집을 먼저 그렸다.

  

또한 선생은 늘 연대하신 분이어서 단독의 건물 보다는 두 채가 더 합당하다고 여겼고, 따라서 단순한 집 두 채를 나란히 놓게 된다. 그러면 그 두 채 사이로 보이는 대가저수지의 풍경은 전에 보이던 풍경보다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두 채는 강의실과 전시실 그리고 북카페로 구성된 단층의 건물이며, 이 두 채 사이의 마당에는, 사람들을 늘 환대하신 선생의 정자를 두어 모든 이들이 선생과 같이 있도록 하였다. 또한 입구 마당 가까이 묵상을 위한 탑을 지어 선생이 늘 기원하던 바른 세상을 향한 염원을 기린다. 그렇게 하면 단순한 건물 하나가 아니라 작지만 몇 채가 어우러진 작은 마을이 되어 그 사이에 조성된 외부공간들과 함께 다양함을 더할 것이다.


건물의 재료는 내후성강판으로 5년 동안만 녹이 슬고 그 이후에는 녹슨 피막이 내부의 철을 영구적으로 보호한다. 자연이 관리하니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도 들지 않지만, 그보다는 적어도 5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피막의 색이 변하는 과정이 마치 시간을 기록하는 듯 변하며 건축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암적색으로 변한 표면은 기억의 장치로 남는다.


먼저 조성된 테마공원이 나무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먼저 숲을 조성하는 게 긴요해 보였다. 이 지역에서 비교적 빨리 자라는 백합나무 백그루를 심어 작은 숲을 이루게 하면 건물이 살아 변하면서 점차 이곳은 울창한 숲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제정구선생의 집이 아니라 제정구선생의 숲을 설계했다고 해도 된다.


또한 이 숲 속에 선생의 일상을 만나게 하기 위해 미술가 임옥상선생에게 부탁하여 일상의 모습으로 빚어진 동상을 설치했다. 어떤 동상은 방문객을 환대하는 모습으로 서 있고 어떤 것은 깊은 사색의 모습으로 혹은 기도하는 모습 등으로 곳곳에서 선생을 만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작은 규모이지만 가짐없는 큰 자유를 실천하신 선생의 말처럼 물신에 사로잡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우리의 내면에 흐르는 존엄성을 다시 듣게 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권유하는 시설이 되길 원하며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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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 경남 고성군 대가면 유흥리 30411필지

용도지역 : 보전관리지역

주요용도 : 문화 및 집회시설

대지면적 : 19,892.6

건축면적 : 454.93

연 면 적 : 449.38

건 폐 율 : 2.29%

용 적 률 : 2.26% 

규    모 : 지상 1

구    조 : 철근콘크리트

설 계 자 엄기훈 / EM 건축사사무소, 이동수 종합건축사사무소이로재

시 공 사 세움건축

건 축 주 : 고성군청

사진작가 : 신경섭, 김기원, 안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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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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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출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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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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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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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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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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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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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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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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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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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

심사평

내후성강판의 박공지붕 두 동의 단출하고 추상적 다이어그램 자체가 건축화 된 느낌이다. 가까이 가면 단순한 형상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한 디테일이 눈에 들어온다. 건축을 이해하려면, 제정구 선생의 사회 취약계층, 철거민들과 평생 함께한 강직했던 삶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어려운 시대에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한 그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듯, 매스를 두르고 있는 내후성강판의 거친 표면은 적절하다. 방문자를 위한 쉼터와 서가 등이 있어도, 편안하고 기능적인 건축을 지향함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중정에 도달하기 전이라면... 넓은 각도로 펼쳐지는 두 개의 매스 사이의 중정은 연지산, 태봉산을 배경으로 대가저수지로 펼쳐진다. 단순한 매스들은 주변 환경이 드러남에 오히려 유리하고 효과적이다. 광활한 경관을 배경으로, 잔잔한 물의 표면 파장에 건축이 병치된다. 건축을 하기 위한 분주한 작업들, 분석, 논리, 무수한 협의들, 그리고 판단과 의지... 그런 것들이 자연 앞에 수그러짐을 느낀다. 작품에서 건축이 갖는 정신성이 메시지로 느껴졌지만,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는 자연에 대한 비움과 겸허한 자세가 드러난다. 건축의 해답을 찾기 보다는 건축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대면하게 된다. (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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