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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연목서_修硏木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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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목서 修研木書 나무와 책을 갈고 닦는 공간
사람, 프로그램 건축주는 사진가와 나무공예 디자이너 부부다. 목수였던 장인에게 이어 받은 오래된 목공도구를 살려 취미를 넘은 안목과 전문성으로 목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건축주 부부는 내게 목공 작업을 할 수 있는 목공예 공방과 나무, 사진,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과 공간을 매개로 차 한잔을 나눌 수 있는 작은 갤러리 겸 북 카페를 요청하였다. 여행을 통해 만난 남편 건축주는 산의 우직함과 나무의 솔직함을 닮은 성격으로 이해되었고 그의 눈을 통해 표현된 사진 또한 그러하였다. 내가 이해한 남편의 성향과 부인 건축주의 나무와 책에 대한 관심과 섬세한 안목에 힘입어 그들의 희망들이 건물의 공간에, 형태에, 재료에, 디테일에 스며들었다. 따라서 이 집이 그들이 좋아하는 나무와 책을 담는 공간, 그것을 통해 삶을 갈고 닦는 수연목서 修研木書의 공간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수연목서의 수연은 다른 한자이지만 남편 건축주의 이름이기도 하다.
땅, 배치 대지는 곤지암의 동쪽과 양평의 서쪽을 연결하는 국도와 가까운 여주의 한가한 도로변에 위치한다. 양쪽에 산을 끼고 남북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산ㅣ도로ㅣ대지ㅣ농지ㅣ하천ㅣ산의 다섯 켜가 나란히 선을 이루며 달리는 길고 좁은 형상의 땅이다. 도로와 대지, 산의 선을 따라 건물을 나란히 선형으로 배치하고, 내외부 어디서나 양쪽에 있는 산이 보이도록 대지 산의 모습을 닮은 경사로 된 박공 지붕 형태를 앉혔다.
건축적 의도 중정을 사이에 두고 공방과 갤러리카페 2개의 동을 북과 남에 배치하여 브릿지로 연결하고 두개 동 모두 작은 2층을 구성하여 나머지는 크게 오픈하였다. 산을 닮은 경사진 박공지붕 면을 이어받은 동서측 외벽은 솔리드한 벽돌벽의 창으로 양쪽 산의 풍경을 액자형태로 끌어들이고 남북측 박공 입면은 유리로 투명하게 계획하여 길게 뻗은 선형 풍경을 관통하여 흐르도록 의도하였다.
재료, 공법 외벽 재료는 대지를 방문했을 때부터 주변의 푸른 산과 이 땅에 어울리는 재료인 적벽돌을 염두에 두고 형태와 공간계획을 하였다. 단순한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적벽돌은 더 붉고 일정한 색상을 내도록 고벽돌 표면을 커팅하여 사용하였고 수직 줄눈 없이 수평 줄눈만 두어 매스감을 강조하였다. 내부는 천정 마감 없이 벽과 천정 모두 대나무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선택하여 대나무 마디와 몸체의 섬세하면서도 단순한 질감을 극대화하였고 하나의 재료로 표현하여 일체감 있는 공간을 강조하였다. 대나무노출 공법은 유로폼을 갱폼Gang Form으로 제작하고 그 위에 대나무를 고정하여 철근 배근 후 세워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공법을 개발, 적용함으로써 비교적 적은 공사비로 큰 효과를 거두었다. 화장실 등의 내부 벽체 일부는 적고벽돌을 가공없이 사용하여 대나무 노출콘크리트와 대비가 되도록 질감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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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 경기 여주시 산북면 주어로 58
용도지역 : 계획관리지역
주요용도 : 제1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661.00 ㎡
건축면적 : 256.70 ㎡
연 면 적 : 371.99 ㎡
건 폐 율 : 38.84 %
용 적 률 : 56.28 %
규 모 : 지상 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
설 계 자 : 이충기 / 서울시립대학교, 이상복 / ㈜비앤드건축사사무소
시 공 사 : ㈜시스홈종합건설
건 축 주 : 수연목서
사진작가 : 김용순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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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목서’는 담담하면서도 너무나 명쾌한 건물이다. 공방과 카페라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담백한 형태 안에 담아내고, 필요에 따라 군더더기 없이 분리해서 담담하게 배치해놓았다. 두 가지 프로그램은 바깥과의 소통보다는 서로간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또한 방문자에 대해 호들갑떨지 않는, 건축물과 건축주의 일관되게 담담한 태도를 보여주는 듯해서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나 재료에 대한 연구다. 외부의 고벽돌의 질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 내부의 대나무 노출콘크리트를 이용한 연구 등이, 한 켜의 껍질로 단순하게 구성된 건축물에 입체감을 만들어준다. 오히려 한 켜의 껍질이기 때문에 재료의 대비가 더욱 돋보인다. 재료에 집중하지 않은 무심한 방문자는 그냥 자연스레,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분명히 다른’ 정도의 특이점을 만들어낸 듯해서 이 또한 담담한 태도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지만, 단 한순간도 심심하지 않고, 일관되게 강직한 인상을 남겨주는 프로젝트다. (신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