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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진관동 필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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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인 하우스는 북한산 서측 산자락에 위치한다. 병풍처럼 펼쳐진 북한산과 100동에 달하는 은평 한옥마을 전통가옥지구를 지나면 조용한 주택단지가 나오고, 가장 깊숙한 곳에 필인 하우스가 있다. 


필인 하우스의 건축적 중심은 투명 중정이다. “글래스 코트(Glass Court, 유리마당)”라 부를만한 이곳은 이 집의 중심이다. 집의 모든 주변 기능들이 중심과 접속한다. 마당의 비움도 중요하지만, 유리의 투명함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마당을 구성하는 막이 투명하면, 막 안팎이 열리고 이어진다. 공간이 열리고 이어질 뿐만 아니라, 자연도 열리고 이어진다.  


글래스 코트에는 이 집만이 가지고 있는 매우 독특한 건축적 요소들이 두 가지 더 있다. 하나는 마당 중심에 있는 흑색 수조이고 다른 하나는 유리 동선이다. 흑색 수조는 인피니티 풀 효과가 나도록 수조 경계 디테일을 날렵하게 접었다. 철제 풀을 흑색 돌로 마감했고 바닥은 흑색 자갈을 깔았다. 비가 오면 수면은 방울을 튀기고,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 맑은 날에는 하늘을 반사한다. 


유리 동선은 1층 유리복도와 2층 유리 브릿지로 구성한 이 집의 투명 동선(動線)이다. 이 공간에서 저 공간을 잇는 복도라기보다는 마당과 숲을 연결하는 투명막이다. 중정에서 숲을 향해 두 개의 투명 유리 박스가 서로 다른 풍경을 차경(借景)한다. 1층의 유리 복도는 콘크리트 옹벽 앞의 화초와 물을 차경하고, 2층 유리 다리는 숲의 가지들과 이파리를 차경한다. 


시간이 도로처럼 흐른다는 생각과 시간이 회로처럼 돈다는 생각은 사실은 작지 않은 관념의 차이면서 세계관의 차이다. 전자는 [건축가의] 직선적 시간관이고 후자는 [건축주의] 곡선적 시간관이다. 전자는 집의 척추를 직선으로 두어 나머지를 위계적으로 펼치는데, 후자는 집의 척추를 원으로 두어 나머지를 수평적 혹은 관계적으로 펼친다. 필인 하우스는 후자다. 


따라서 필인 하우스의 건축적 모양은 집의 처음과 끝을 이어준 집이다. 집의 시종이 이어지게 되면, 시발점도 없고, 종착점도 없다. 흐름만 있다. 그것도 서로 빙글빙글 도는 강강술래만 있을 뿐이다. 강강술래의 특징은 서로 손 잡아야 하고, 서로 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필인 하우스 공간들은 옆과 손잡아야 하고, 앞과 마주 보아야 한다. 서로 하나가 되고, 서로 짝이 된다. 그 흐름과 손잡음과 마주보기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필인 하우스와 같이 투명한 비움이 필요한 것이다. 필인 하우스의 유리마당과 유리다리가 바로 그 투명한 비움이다. 


마당이 비워지고, 다리가 투명해지니, 하늘과 숲이 집으로 흘러 들어오고, 공간과 공간이 흐르고 손잡고 마주본다. 달이 수조 수면에 반사할 때, 혹은 유리다리 너머로 숲의 설경이 집안으로 들어올 때, 집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집이 된다. 필인 하우스는 비우니 채워지고, 채워지니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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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서울 은평구 진관동 125 일원

용도지역 1종 전용주거지역은평구 뉴타운 지구단위계획구역

주요용도 단독주택(다가구주택-2가구)

대지면적 : 659.9

건축면적 329.17

연 면 적 604.10

건 폐 율 49.88%

용 적 률 80.83%

규    모 지하 1, 지상 2

구    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설 계 자 이경아 / 아이에스엠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이중원 /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시 공 사 제효

건 축 주 엑셈

사진작가 : 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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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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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측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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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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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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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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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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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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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망 브릿지

심사평

북한산 산자락의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필인하우스, 자연 속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다. 처음 마주한 아스팔트 길가의 무거운 매스는 주변 건물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현관에 들어서자 흑색수조의 중정이 시야를 사로잡았다. 중정 너머 푸르름의 초록이 투명한 글라스월을 넘어 수조에 투영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정과 숲을 연결하는 1층 유리복도와, 2층의 유리브릿지로 투명함을 극대화시킴으로써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고, 안과 밖을 연결하여 자연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할 때 삶이 여유로워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송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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