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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사회공공부문] 신길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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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아파트 옆 작은 []

신길중학교의 설계의도는 단순하면서도 역설적이다. 학교 주변의 장소적 특징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에 오히려 설계방향에 대한 또다른 대안이나 많은 고민은 없었다. 신길중학교는 신길뉴타운 안에 입지한다. 과거 신길동은 빌라촌과 단독주택 밀집지역이었다. 1990년대까지 달동네가 있던 곳이며, 드라마의 배경장소가 되기도 했다. 2006년경부터 시작된 신길뉴타운 사업으로 많은 주민 유입이 있었고, 중학교가 없는 이 지역 주민들의 오랜 노력과 염원으로 신길중학교의 신설이 추진되었다.

신길뉴타운 안의 학교부지는 20층 이상 규모의 고층아파트들로 둘러싸여 있고, 이 곳의 학생들은 이와같은 획일적이고 거대한 도시스케일의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그 곳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는 이와 반대로 처럼 위압적이지 않은 작고 낮은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과 같이 작고 친밀한 것에 대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학교공간을 만들어주자는 것이 계획초기부터 견지한 우리의 태도다.

 

개별적인 집들의 집합체

학교는 주변 도시스케일의 아파트와 달리 휴먼스케일의 집크기로 잘게 나뉘어 있다. 교실크기로 분절된 매스는 한 개의 교실이 하나의 집과 같은 느낌을 준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은 운동장을 지나 도달하는 박스형의 4층 건물이 아니라 2층 집의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인 아담한 자기 교실이길 바랐다. 거대한 사각매스의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생소한 스케일의 흥미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다.

 

마을같은 다양성

집합체로서의 학교는 또한 다채로운 모습을 갖도록 하였다.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력이 발현되는 중학생들에게 특히 개별성다양성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학교가 거대한 단일매스나 2~3개의 매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들의 집합체인 마을처럼 조화로운 동시에 다양한 모습을 갖도록 한 이유다. 삼각지붕인 집도 있고, 평지붕의 집도 있다. 교실 천정도 평천정과 박공천정으로 일률적이지 않다. 마감재에도 변화를 부여했다.

 

낮고 넓게 펼쳐진 학교

신길중학교는 대지단차에 순응하여 낮고 넓게 펼쳐쳐 있다. 학교건물이 앞에서부터 2,3,4층의 테라스하우스처럼 배치되어, 등하교시 마주하는 학교의 모습은 마치 2층 높이의 야트막한 이웃집들과 가로수들이 늘어선 편안한 동네길의 모습이 된다.

 

가까운 마당

기존의 전형적인 학교는 운동장과 교사동으로 이분화된 공간구조를 가진다. 신길중학교에는 감수성이 풍부한 중학생들을 위하여, 문 열면 바로 앞에 있는 마당으로 나가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중정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마당을 끼고 있는 집처럼 교실 사이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마당에는 자작나마, 대나무, 낙엽수, 꽃나무 등도 심어놔서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도 사계를 느끼고 하늘을 볼 수 있다.

 

다방향의 순환동선과 개방성

과거의 전형적인 학교는 폐쇄적인 공간과 일차원적인 단일동선을 가졌다. 신길중학교에서는 내,외부 또는 위,아래로 막힘없는 다양한 순환동선을 갖도록 하였다. 각 층의 내,외부를 가로지르는 순환동선은 마치 마을의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같다. 학생들은 중정을 가로질러서 건너편 홈베이스나 교실로 갈 수 있고, 옥외 계단으로 각층 옥상마당을 오르내릴 수도 있다.

열린 결말

신길중학교는 기존과 다른 공간구조유형의 학교다. 개교한지 아직 1년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안착에 긴 호홉이 필요하지만, 구축된 학교공간은 열정과 애정을 가진 교직원과 학생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진화 중이다. 신길중학교 건축물의 가장 큰 의의인 새로운 학교공간구조 유형이 그와같은 노력과 변화를 통하여 잘 작동되고 진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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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4948

지역지구 : 2종 일반주거지역

주요용도 : ​교육연구시설(학교) 

대지면적 : 9,999.20

건축면적 : 4,414.14

연 면 적 : ​9,859.01 

건 폐 율 : ​44.14%

용 적 률 : ​95.48%

규    모 : 지하1층, 지상4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설 계 자 : 이현우 / (주)이집건축사사무소

시 공 자 : 박창억 / (주)피앤피건설

건 축 주 : 서울특별시 남부교육지원청

사진작가 : 진효숙 / 이집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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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신길중학교가 매체에 소개되었을 때 모두 깜짝 놀랐다. 학교가 저래도 되는구나,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까 등의 다양한 반응이었다. 영등포 신길동 오래된 주거지가 뉴타운으로 변신하며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중학교가 들어올 대지가 어렵게 조성되었고, 2016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교육청의 디자인 중심 설계공모방식이 적용된 설계공모를 통해 2018년 지금의 설계안이 선정되었다. 이미 이 공모방식을 통해 좋은 교육공간들이 많이 지어졌음에도 신길중학교가 던지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 집과 학교의 역전이다. 건축사는 획일적이고 거대한 도시 스케일의 고층 아파트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 휴먼 스케일의 집 같은 학교를 계획했다주변 고층 아파트와 반대로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삼각지붕으로 상징되는 신길중학교는 단순히 건축형태만이 아니고 세 개 레이어의 층수를 조정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구릉지 동네 모습을 재현하였고 또한 재료의 다양성을 통해 개체의 합으로서의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이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개별성과 그들이 모여 이루는 다양성의 조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기존 학교 공간의 세 구성요소인 교실, 복도, 운동장은 잘게 쪼개져 학교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교실에서, 복도에서, 도서관에서 바로 만나는, 19개의 숨구멍으로 표현되는 이 공간들은 변화하는 교육방식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점점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그 공간들의 쓰임새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공건축이 가지는 시공성의 한계도 설계의도구현을 통한 건축사의 지속적인 참여로 잘 극복하였고, 무엇보다 한정된 공사비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청, 건축사, 시공사의 노력이 읽힌다. 신길중학교를 통해 우리 교육공간은 이후 크게 진화할 것이다. (강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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