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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민간부문]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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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오래된 마을

명월리는 제주의 마을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수령이 400~500년 된 팽나무 군락지가 펼쳐지고,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명월성지와 명월대가 남아 있는 역사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곳에 새로 들어설 스테이 잔월을 명월리의 유서 깊은 환경을 존중하고 선비들의 문화를 이어가는 풍류의 공간으로 기획했다.

나무를 지킨 건축

이 마을은 집집마다 커다란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대지에는 팽나무와 동백나무 등 오래전부터 이곳에 자생해온 제법 큰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존 수목을 보존하기 위해 사전에 건물의 위치를 세심히 측량하고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무들이 지붕과 처마와 충돌하는 지점이 생겼다. 나무의 보존을 우선으로 생각해 처마를 잘라내는 등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이러한 자세에는 프로젝트를 대하는 우리의 철학과 지역성을 존중하는 시도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지와 건축의 배치

제주에서는 집과 밭을 돌담으로 둘러싸고 돌담과 돌담 사이에 좁은 길들이 이어져 마을을 형성한다. 집과 주변의 밭들이 유기적으로 형성되며 정형화되지 않은 대지 경계를 갖게 되었다. 제주다운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돌담이 대지경계를 둘러싸고, 주변의 민가와 수목 등의 환경에 순응해 각각의 매스가 주변의 환경과 관계를 맺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각각의 매스를 연결하는 하나의 커다란 지붕으로 회랑을 만들어 동선을 연결하였다. 전체의 공간을 아우르는 지붕은 마을 어귀에서 이곳까지 이어지는 시퀀스와 주변 민가의 지붕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형태와 흐름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결과적으로 시선의 이동이 자연스럽고 작지만 풍부한 경험이 가능한 공간이 탄생했다.

오래된 마을에서의 새로운 건축

오랜 역사를 가진 마을에 새롭게 들어서는 건축은 너무 새것처럼 보이지 말아야한다. 주변의 자연과 마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어둡고 차분한 재료를 선택했다. 제주의 오래된 전통 가옥에 쓰인 목재를 대청마루의 바닥 마감재로 재활용해 새롭게 지어진 건물에서도 오래된 시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대지 중심에는 올레 초입과 밭을 바라보는 대청마루가 있다. 전통 건축의 누각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대청마루는 명월리의 풍류를 느끼며 마을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기능한다. 너른 지붕 아래 놓인 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며 명월리의 풍류를 상상하고, 잔월의 풍경과 바람, 나무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잔월에서의 경험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이루는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잔월은 특별한 경험을 위해 집안의 모든 가구, 커튼, 조명, , 소품까지 의도를 가지고 선택하고, 필요한 부분은 직접 만들어 냈다. 넉넉하게 확보한 옥외 공간은 바람이 통하는 길인 동시에 안락과 여유를 누리는 시골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소박한 크기의 두 침실로 향하는 시선이 낮게 깔리도록 하되, 공간은 어두운 색으로 마감해 차분함을 의도했다. 각 공간의 높고 낮은 창은 건물 주변의 커다란 나무를 다양한 시선으로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건물 가장 안쪽에 위치한 스파 공간은 이 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사우나 내부를 탄화목으로 마감하고 여유로운 크기의 욕조를 배치했다. 섬세하게 연출된 작은 정원은 또 다른 즐길 거리다. 정원은 콘크리트 가벽으로 둘러싸여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그늘을 드리우는 팽나무와 어우러져 잔월에서의 공간 경험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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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명월로211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자연취락지구

주요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716.40

건축면적: 162.46

연 면 적: 147.85

건 폐 율: 22.68 %

용 적 률: 20.64 %

규   모: 지상 1

구   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설 계 자: ()지랩건축사사무소

시 공 자: 홍성민

건 축 주: 홍성민

사진작가: 홍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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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잔월은 바람, 나무, , 돌이 서로 어울려 노뉘는 공간이다. 그 중에 단연 주인공은 수 백년전부터 그 곳에 자리잡은 팽나무이다. 세 동의 숙소는 각자 나무들 사이에 틈새를 찾고 대지 흩트러진 형상을 따라 살포시 자리잡고 진입마당을 공유한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흔히 보이는 지붕의 형태는 흩어진 세 개의 덩어리를 하나로 만든다. 긴 처마지붕 아래 숨죽인 공간들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그 영역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붕과 처마선이 주는 긴 수평의 선분으로 매스는 차분함과 평화스러움을 유지한다.

꼬불꼬불 도로에 붙은 돌담으로 두른 마을과 잔월이은 예전부터 있었던 모습으로 여겨지며 어색하지 않은 것은 건축사의 제주 건축과 조영에 대한 풍부한 고민과 이해가 바탕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대청에 앉아서도, 침대에 누워서도, 가벽으로 두른 정원에서도 고개를 내밀고 있는 팽나무를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섬세하게 창호를 배치하고 있다. 교교한 제주 하늘의 잔월을 침대에 누워 천창에서 경험하도록 한다. 바람, 나무, , 돌을 직접 조우하여 대화하도록 대청마루와 툇마루를 배치한다.

제주에서는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모습에 순응해야 하고 그 마을이 품어온 긴 역사와 가치를 오롯이 품어야 하는 것을 팽나무와 잔월의 지붕은 어깨동무한 채 정겹게 두런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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