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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원루프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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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한달살이부터 실제 거주지의 이전까지 많은 외지인들의 제주사랑이 도를 넘는다고 할 만큼 뜨겁다. 바닷가를 제외한 도심에는 숙박시설과 공동주택이 들어서며 도시의 풍경이 점차 변화하고 있지만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다. 설상가상 구도심의 활력은 점차 떨어져 간다. 대지는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구제주의 주택가 길모퉁이에 위치한다. 제주공항과 삼성혈 사이의 야트막한 경사가 있는 주거지의 북동쪽 모서리로 전면에는 탑동 방향으로 흐르는 복개천과 마을 주차장이 형성되어 있고 그 앞으로 여섯 갈래의 길이 서로 교차한다.
배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북향으로 집을 앉히고 남쪽으로 마당을 내어 다가구 및 다세대 주택들과 거리를 띄운다. 남쪽 마당을 바라보도록 가장자리로 덩어리를 두른다. 우리만의 안마당은 이웃의 사생활도 보호하고, 마당에 햇빛을 들여 아늑함을 더한다.
마당 깊은 집-모여살기
마당은 두 군데 있다. 1층 안마당과 옥상마당. 1층 발코니와 안마당, 5층과 6층의 발코니와 옥상마당은 내부영역과 외부환경을 서로 교차하게 함으로써 제주라는 공간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임대형 주거인 오피스텔에 널직한 마당이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이 집에서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원루프 제주는 벤처기업의 직원들이나 1인 기업가, 창작자들을 위한 장, 단기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상이면서 일, 여행이기도 한 이곳의 생활에서 이벤트 마당과 옥상마당, 공유 사무실은 이들 거주자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 집의 마당들은 하늘이 열린 카페공간이자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며, 일상 속에서 제주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시의 틈
수직동선부인 계단실은 내부의 안마당으로 시선이 열려있고 엘리베이터는 동쪽 시가지를 바라보며 오르내린다. 엘리베이터 홀은 남쪽으로 열려있다.
바다를 바라보는 스튜디오 타입의 주거와 안마당 사이에는 외부로 노출된 복도가 있다. 복도는 구도심의 풍경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거주자들이 항상 자신이 제주에 있음을 느끼도록 한다. 복도에는 북쪽을 제외한 모든 방향으로 끝을 열어서 층계를 오르내리거나 복도를 걸을 때, 움직이는 모든 순간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제주 구도심의 풍경을 제공한다.
입면계획 및 재료
외벽의 주된 재료는 검은색 전벽돌이다. 이는 제주의 검은 현무암 빛깔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구도심의 오래된 집들의 마감재와도 잘 어울린다. 집의 외벽이나 담벼락을 검은 현무암 돌로 마감하는 것이 오랜 제주의 전통이기도 하다.
밀도가 높지 않은 구도심이기에 북쪽의 바다를 향한 입면은 멀리까지 전면 파사드가 노출된다. 단순하지만 규칙적인 입면으로 제주 구도심에 활력을 부여하는 정교한 디테일의 파사드를 만든다. 측면과 후면의 주택들과 맞닿은 벽면은 그들과 같이 요철 없이 정직하게 쌓는다.
벽돌을 제외한 모든 공용부의 마감은 콘크리트 노출이다. 날것의 재료의 느낌이 주변의 나이 든 주택들과 잘 어우러지고 주변 골목 어귀에서 보이는 주차타워와 코어부의 검은 사각 매스도 생소한지 않게 잘 어우러진다.
스튜디오
거주자가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 스타일에 대응하는 실의 유형은 6가지이다.
우리는 이것을 원룸이라고 하지 않고 스튜디오라고 부르기로 한다. 테라스가 있는 스튜디오, 테라스가 없는 스튜디오, 복층에 테라스가 있는 스튜디오. 테라스가 있거나 없는 원룸형의 스튜디오 타입은 동측에 창을 하나 더 가진 타입이 별도로 존재한다. 5층에는 방이 세 개 있는 복층 스튜디오가 존재한다. 이 타입은 전면의 테라스뿐만 아니라 복층을 통해 나갈 수 있는 별도의 테라스를 추가로 가지고 있어서 북측의 바다를 바라보며 소일하기에 좋다.
최종적으로 단층의 스튜디오 내부에는 슬라이딩 칸막이를 설치해서 1.5룸 형태의 스튜디오를 완성하였다.
도시재생
공사가 진행되는 중에 대지 전면의 복개천 상부 주차장에 있던 쓰레기 분리수거대가 없어지더니 동쪽에 삼도1동 재활용 도움센터라는 이름으로 깔끔하게 정비되었다.
무작위로 건물을 지어서 밀도를 높이고 인구를 유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기존의 도시를 어떻게 정비하고 가꿀지를 고민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제주의 구도심은 낡았지만 나름의 제주만의 정서가 있다.
그 아름다운 정서를 잘 지키면서 하나하나 가꾸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믿는다.
대지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도일동 555-2
용도지역: 제2종일반주거지역
용도: 근린생활시설 : 지하 1층
오피스텔 : 지상 1~5층
대지면적: 715.00m²
건축면적: 425.69m²
연면적: 2,495.20m²
건폐율: 59.54%
용적률: 249.56%
층수: 지하 2층 / 지상 5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점토벽돌, 알류미늄 시트, THK24투명복층유리
시공자: 한양산업개발(주)
건축주: 한양학원 학교법인
설계기간: 2016년 4월~2016년 10월
시공기간: 2017년 3월~2018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