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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빌라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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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의 시작 즈음, 당시 방배동에 사무실이 있어 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의 대규모 재건축과, 이에 포함되지 못한 건너편 개별 필지들의 개발속도전을 지켜보았다. 늦거나 모자라면 큰일일듯한 속도와 용적의 현장이 진행되는 사이, 맞은 편에선 조바심나는 플랜카드의 붉은 글귀가 복잡한 주민들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서울 어디쯤의 모습과 같아질까. 프로젝트는 서래마을의 30년된 9세대 빌라 재건축사업이었다.

 

건축주()는 사업시행사 선정 이전에 건축가를 선정했다.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건축가의 정체성과 생각을 존중한다고 했다. 수익 이전에 건축주 모두 나의 집을 짓겠다는 의지의 강한 표현이었다. 4개사의 안이 지명공모의 형태로 제출되었고 결과는 스스로도 놀랍게 만장일치였다. ‘원안의 매력이 유지되고 있는가라는 마음 속 공통 질문지가 서로에게 생긴 지점이라 하겠다. 이는 당위가 되어 기나긴 여정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마무리까지 이끌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어주었고 사업시행사 선정 후에도 초기 계획안이 유지될 수 있었다.

 

장소는 기억을 가진다. 동네는 삶의 기반이고, 집의 확장이다. 대지가 가지는 고유한 성격과 환경은 계획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새롭더라도 자연스럽게 동화되길 바랬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대지의 계획에 주변 맥락이 중요한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 작다기엔 크지만 맥락을 거스르지 않으려 한다. 크다기엔 작지만 주변이 가지고 있는 비움을 존중한다. 그것이 실질적으로는 2개 동으로 이루어졌지만 3개 매스의 이유이다. 건축면적을 채우는 대신 공간적 틈을 만들어 위로 높게 적층시키는 전략을 세우고 나뉘어진 매스 사이 묘한 긴장과 균형을 찾아냈다. 이 틈으로 빛과 바람을 들이고 시선을 확장한다. 틀어진 매스의 적층은 단위의 집합체임을 드러낸다. 다시 오랜 시간을 버티어 낼 단단한 담장 속에 지명 속 마을이라는 이름처럼 단정하고 해사한 얼굴의 마을을 담는다.

획일화된 평면적 동일함이 공평한 것은 아니라는 공유된 생각을 거쳐 환경에 따라 개성을 지닌 각각의 유닛이 탄생했다. 밀집된 측면과 대비되어 크게 비워진 서측면을 전면삼아 주요실을 배치했다. 주요실이 명쾌하게 배치되자, 자연스럽게 나머지 실은 복도공간으로 엮어 작지만 강한 감흥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공간이 내부에 국한되지 않도록 창을 통해 여러 방향으로 깊이있게 확장되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건축주 중 누군가는 이전 주택이 처음 지어지던 기억을 가질만큼 오래 살아온 집과 동네이다. 30년 후 누군가는 다시 짓게 되는 집에 대한 기억을 가질 것이다. 대립과 논쟁, 반복된 설득과 협의 속, 도출된 가치의 공유는 결과보다도 주요한 과정이었다. 이것은 현재 서울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서울 내 노후주택은 많은 이슈들을 낳고 있는데, 그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하나의 대안으로 귀 기울여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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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 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1625

지역지구 : 도시지역, 1종 일반주거지역

주요용도 : 공동주택(단지형다세대)

대지면적 : 700.60

건축면적 : 353.57

연 면 적 : 1,548.81

건 폐 율 : 50.47%

용 적 률 : 149.80%

규    모 : 지상5, 지하1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설 계 자 : 최지안 (건축사사무소 이안서우)

시 공 자 : 영조건설()

건 축 주 : 조은선 외 9

사진작가 : 최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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