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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사운드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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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는 매화꽃 향기 퍼지는 동네라는 뜻의 농촌마을로, 19516·25전쟁 이후부터 2005년까지 미군이 사격연습을 하던 곳입니다. 미군인들은 매향리 앞바다의 농섬을 해상 사격장으로, 해안 연안 지역 및 마을 내 농지를 육상 사격장으로 지정해 대형 폭탄과 기총 훈련을 실시하였습니다. 훈련은 거의 55년동안 연간 약 250, 하루에 평균 12시간을 15분 간격으로 600회 정도 시행되었고, 이에 따라 엄청난 음량의 폭탄 소리가 하루 동안 무수히 반복되었습니다. 따라서매향리 마을 주민들은 주변보다 2~7배 높은 자살율을 기록했으며, 청력손실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주변보다 4배 높은 정신적인 장애를 겪게 되었습니다.

미군으로부터 땅이 반환된지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매향리에는 아직 마을 곳곳에 포탄과 폭탄이 쌓여 있으며 훈련으로 인한 피해가 남아있습니다. 화성시는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시키고 아이들과 함께 자라고 싶은 마을로 만들고자 구 쿠니 사격장을 평화공원과 야구드림파크로 조성했지만 정작 그 당시,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고 지금까지 매향리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은 매향리 역사관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현재 마을 주민들이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이면서 폭격 당시 주민이 가장 많이 살던 곳인 매향리 역사관을 대상지로 선정하여 폭탄 소리로부터 피해를 받은 주민들이 오롯이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감각적인 휴식과 치유, 추모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매향리를 비롯한 용산, 의정부, 평택 등 여러 지역에 아직도 존재하는 미군부지가 반환된 후 남겨진 땅을 어떻게 사용할지 매번 물음표를 던지며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2019 우리시대 상황에서 폭탄 소리로 고통 받는 매향리에 소리를 이용하여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해주고 그 속에서 치유, 휴식 그리고 추모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다른 감각과는 달리 손으로 귀를 막지 않으면 자기 전까지 노출될 수밖에 없는 소리는 가장 기본적으로 진폭과 주파수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시간이라는 요소를 더하여 3차원으로 시각화한 후 알아낼 수 있는 각 지점들의 통해 공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좌표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이상의 소리가 한 번에 들릴 때, 그 소리가 상쇄되거나 증폭된다는 소리의 가장 기본적인 성질인 간섭을 통해서 소리를 통해 만들어진 공간이 자연스럽게 위치와 다양한 크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소리를 구체적으로 공간화 하기 위해서 소리로부터 조성된 환경이라는 뜻을 가진 사운드 스케이프를 컨셉으로 사용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운드 스케이프를 사운드+랜드스케이프와 사운드+이스케이프 두 가지로 해석 하여 랜드스케이프는 소리+환경 즉, 소리를 통한 공간 조성을 위해 사용 / 이스케이프는 소리+탈출 즉, 소리를 통한 치유와 감각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 조성을 위해 사용하고자 하였습니다.

사운드+드스케이프를 사용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저는 소리의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과거의 소리는 폭탄 소리로, 실제로 피해를 줬던 소리였기에 폭탄 소리가 가진 고유한 진폭과 주파수로 가장 기본적인 공간을 형성하였고, 그 공간들은 대상지에서 내부로 들어갈수록 레벨차이를 통해 점점 더 깊게, 소리에서 침묵으로 향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주민들이 직접 접할 수 있는 내부공간으로 조성되었습니다. 또 과거의 폭탄 소리가 들리지 않는 현재 역사관 부지에 어떤 소리들이 그 공백을 채우고 있는지 분석하여 폭탄 소리로 만들어진 공간을 감싸는 스킨으로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소리를 이용하여 공간을 형성한 후, 사운드+이스케이프를 사용해 그 공간에서 소리와 침묵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그리고 감각적으로 휴식과 치유를 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조성했습니다. 기존의 역사관 부지에 전시되어 있는 조형물들을 그대로 전시하여 외부인과 마을 주민들이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하였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소리들과 함께 매향리에서 들리는 소리들로 그 공간이 채워질 수 있도록 계획하였습니다. , 주변보다 레벨이 높은 역사관 부지에 소리산책, 소리의 전망대과 같은 프로그램을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이 그 곳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를 들으면서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조성하였습니다. 이렇게 소리로 채워진 공간에서 점점 내부로 들어갈수록 침묵과 가까워지는데 그 사이공간을 청각의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자 침묵의 중요성을 지각하는 방법인 이어크리닝, 다양한 높이··간격과 넓이를 가진 벽들을 불규칙적으로 세우고 그 벽들에 폭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이야기, 그들이 직접 적은 편지와 시들이 적혀져 있는 소리의 추모와 같은 프로그램을 배치하여 소리에서 침묵으로 연결되는 완충공간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침묵으로 향하다보면 마지막에는 울림의 정원과 침묵의 정원에 도달하게 되는데, 외부의 소리를 좀 더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지하공간으로 조성된 울림의 정원에는 기존의 역사관에 전시된 폭탄들을 전시하여 비어있는 폭탄에서 사람들의 말소리 또는 발소리가 울려 직접적으로 소리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고,, 침묵의 정원에는 대규모의 수공간을 조성하여 물의 흐름과 그 물을 가로질러 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리만 채워지도록 계획하였습니다. 이렇듯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쳤던 폭탄소리를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그 공간에서 휴식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감각. , 그 중에서도 소리=청각과 연관된 프로그램을 조성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주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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