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인 시간은 유형인 것에 깃든다. 급변하는 시기에 유형의 것의 가치는 지극히 경제적인 논리의 시선으로 평가되었다. 개발의 논리 또한 여백이 없는, 공공성이 없는 개인주의적인 방향으로 점철되어왔다. 이러한 개발방식이 남기는 것은 몰지역성과 몰역사성이다. 충무로는 몰지역성과 몰역사성의 좋은 예이다. 충무로의 영화산업을 이끌던 영화사들은 강남의 개발을 계기로 도산대로로 자리를 옮겼고 지명 또한 횡축에 따라 종로 1,2,3,4,5가의 법정동을 이루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2010년에 돈화문로의 중간을 분리하여 생겼을 뿐이다. 충무로 영화의 거리는 과거 한국 영화 종사자들의 장이었던 스타다방과 청맥다방이 있던 자리고 2005년 지정되었다. 충무로 사람들을 묶어주던 영화라는 컨텐츠가 사라지고 영화산업의 부수산업이었던 인쇄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 인쇄업들은 각자의 일에만 틀어박혀 있을 뿐이고 가로 환경에는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충무로 있는 영화의 거리에 시네마테크를 제안하고자한다. 시네마테크는 영화의 아카이브이며 공공영상도서관이다. 하지만 현재 시네마테크는 강북에 많이 위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디상영관이나 비상업영화를 상영해주는 독립영화관에 가까울 뿐이다. 또한 한국 영화 시장은 양적인 팽창을 이루었으나 예술, 비상업영화와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영화 산업의 질적인 증진이 필요한 시점에서 시네마테크로 한국 영화산업의 질적인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다시금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시금 충무로를 묶어 충무로의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한다.

영화의 거리는 충무로의 옛 도시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조직은 충무로 과거의 흔적이며, 기억이며 저장고이지만 정비가 필요하다. 충무로의 조직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고층의 단일 건물로 된 시네마테크가 아닌 흩뿌림을 통해 거리에 배치하고자한다. 그로 인해 시네마테크가 가로경관에 도움이 되고 배치된 프로그램을 다양한 높이에서 연결시킴으로서 유기적인 건물로 구성하고자 한다. 끼워 넣기의 개발방식은 역설적으로 끼워 넣지 않은 부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 두 건물은 보존하여 과거의 층을 보존하고 시네마테크는 개발 당시의 시간의 층을 형성한다. 여백은 현재로는 기존으로써 존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에 따라 점진 적으로 변하게 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층이 시간에 따라 퇴적되며 영화의 거리는 충무로의 역사를 담는 거리로서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거리에 영화를 향유하고 증진시키는 이들이, 문화가 그 거리를 채워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