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2014 녹슨 미래, 시간의 길
본문
녹슨 미래, 시간의 길[옛 구의취수장리모델링 프로젝트]
A revitalization on isolated unban edges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침대 위에 거대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변신(Die Verwandlung), Franz Kafka
이 프로젝트는 '변신'이라는 허구를 통해 제한된 일상을 넘어서서 욕망과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 20세기 후반 탈산업화 사회가 도래하자 도시가 팽창되고 확장되면서 기존의 경계지역으로 밀려났던 산업시설들이 도심으로 편입되기 시작하였다. 폐허화된 빈 산업시설들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도시의 경계를 품게 된 것이다.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구의 취수장의 경우도 도심의 일부로 편입된 모호한 시설로서 근래에 도시생활 수요에 의하여 한강 수변공간이 활성화되면서 경계영역의 재활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이 공간이 '우리나라 거리예술문화의 인큐베이터'로 인지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문화공간-도시재생'의 의미 없는 미션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빈 공간이기에 예술공간으로 지정되어야 하는 획일적인 추세를 벗어나 수변과 자전거도로, 그리고 도시 공간 사이에서 '신화적 경계상황' 그 자체로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인가? 좀더 개인적이고 충격적이며, 그래서 그 낯섦을 통해 일상을 다른 가치로 치환할 수는 없는 것인가?
계획안에서는 한강변의 일상을 중심으로 현재 방치된 취수장을 도심지 경계상황으로부터 일상공간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으로 '그레고르 잠자'의 변신처럼 일상에 대한 '충격'을 통해 현대도시의 경험을 유도하고자 한다.
프로젝트의 시나리오는 취수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기능을 멈춘 기계들이 변신을 꾀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다. 기능이 해체된 취수 펌프의 파편들이 자라나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그 영역 안에서 각각 꼴라주되고 재코드화된 후, 밖으로 빠져 나오려고 한다. 그 힘으로 취수장 건물 외벽이 변형되면서 대지에 면한 아차산로와 한강북단 자전거도로와의 레벨차이를 극복하고, 이용객들로 하여금 구의 취수장 내 외부를 거닐며 도시 속에서 개인적 경계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준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보다는 폐허의 취향을 절정에 다다르게 함으로써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오래된 미래의 프로그램을 조성하고자 한다. 모더니즘의 낯설게 하기(estrangement)와 소외(alienation)를 전략으로 채택하되 도시와 건축과의 접합과정에서 전통적인 건축의 관습을 파괴한다. 자전거 이용자들과 방문객들은 스스로 행위를 창출하고(돌아다니기, 걸터앉기), 다양한 공간에서 만나며, 전시나 공연을 즐기기도 할 것이다.
심사평
- 이전글흔적을 따라 걸어가다 21.10.28
- 다음글정릉골 골목대장 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