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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멜랑콜리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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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다양하게 변화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소유Possession라는 무거운 개념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제 인간은 얼마나 많이 생산했고 얼마나 많이 축적했는가보다는 얼마나 생생한 경험을 많이 했고 체험experience 또는 놀이play했는가에 흥미를 둔다. 이미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제작된 상품을 팔기 보다는 체험을 팔기 시작했다. 쇼핑몰과 같은 상업시설, 도서관과 같은 공공시설은 온갖 종류의 살아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공연을 볼 수 있고 강연을 들을 수 있으며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미래학자 제임스 오길비의 말처럼 우리는 내가 아직 안 가지고 있는 것이 뭔가?’라고 묻기보단 내가 아직 체험하지 못한 것이 뭔가?’라고 묻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산업 또한 급격하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1차 산업혁명의 기계화, 2차 산업혁명의 전자화, 3차 산업혁명의 자동화시스템에 이어 발달된 인공지능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달에 있다. 스스로 연결하고 작동하며 다양한 변화에 맞춰 대응하는 시대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시대는 변화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달은 체험문화를 더욱 실감나게 재현하고 있다. 증강현실시스템과 가상현실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어느 장소 어느 시간대나 다양한 문화권에 접속할 수 있으며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다양한 주거형태의 모색이다. 그것은 부동산으로서의 전통적인 소유possession에 의한 주거가 아니라,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접속형 주거contact or connection이다. 이것은 주거의 사회적 가치이고 공공적인 주거의 가치이다. 전 세계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었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은 무너지게 되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은 사이버cyber 공간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유로운 주거의 이동성과 그 가치는 빠른 사회적 성장과 유연한 변화를 추구해온 우리 사회에서 분명 유리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주거의 가치는 안정되어 있지만 변화 가능한 유연함이다.

 

, 도시 디지털 유목민의 증가와 행태에 따른 주거의 이동이 대두될 때, 공간은 장소와 땅의 의미에 구속되지 않게 되며, 나아가 도시의 이동으로 이어질 때는 대도시metropolitan를 구성하는 랜드마크landmark의 의미는 없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HOUSE주택으로 생각하지만, HOUSE 은 주택도 되고, 마을village도 되고, 사회도 되고, 더 크게 보면 국가도 될 수 있는 개념이다. 누구도 이해하기 쉬운 집이라는 것은 복잡한 문제를 아주 쉽게 드러낼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계획2017-019번 팀은 미래사회 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될 수 있는 하나의 제안과 그것의 확장성expand, 해체성dismantle, 이동성portable 그리고 집합성cluster에 따라 나타날 공간 및 프로그램의 변화의 폭 즉, 다양성variation을 기대하며 집 너머의 환경을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공간은 사용자의 요구와 행동 그리고 선택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사용자는 공간을 사용하기 이전에 태블릿PC 또는 스마트폰을 통해 공간을 설계할 수 있으며, 하루, 1주일, 1, 1년 등 거주기간에 따라 필요한 가구와 공간을 제시받을 수 있다. 사용자가 잠에서 깰 때 내부로 빛이 들어오도록 변하는 공간구조, 사용자가 외출하고 나서 기본적인 형태로 돌아오는 공간구조, 옆집에서의 야외 활동이 있을 시 방해받지 않도록 가림막으로 작동하는 공간구조 등 빅데이터big data와 사물인터넷IOT system을 기반으로 한 건축 구조는 서로 소통하고 반응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선택에 따른 오늘은 업무를 지원하는 공간, 오늘은 파티를 위한 공간, 지금은 영화를 더 극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 등 사용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공간으로 성실히 반응하는 건축이 탄생한다. 다시 말해, 학교, 병원, 오피스 등의 시설은 더 이상 빌딩형태가 아니라 주거의 프로그램 속에서 행해질 수 있고 공간 볼륨의 크기는 제한적이지 않다. 이전까지의 건축은 제곱미터에 한계를 보였지만 이제 사용자의 공간 선택 단위는 세제곱미터가 될 것이다.

 

건축 공간이 더 이상 장소와 땅과 의미에 구속되지 않고 확장과 해체가 가능한 공간은 요구되는 프로그램에 반응할 수 있으며 제안하는 기본형태가 집합적으로 모일 때는 공간과 프로그램의 확장성에 따른 그 변화의 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마치 생명체처럼 움직인다. 나아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인간관계를 통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미래사회의 새로운 공공성과 공동체 사회를 엿볼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건축은 이러한 사회적인 관계의 물리적 결과다. 여기서 질문이 시작된다. 건축은 아직도 사회적으로 유효한 장치인가?

 

빅데이터 및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효과는 물건과 교환과 유동과 기술과 정보와 시스템에 있다. 이들은 현대건축의 생각을 바꾸게 하며, 계획 2017-019번 팀은 이들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사회 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될 수 있는 하나의 제안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의 변화의 폭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공간성, 인간성, 사회성이 주는 박진감과 감흥의 이면을 파고들어 건축적 상상과 지혜를 찾으려 한다.

 

사실, 현대사회 사람들의 관계와 사회성은 건축의 물리적 공간에서 형성되는 사회를 벗어나, 이미 사이버cyber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네트워크는 지구 전역을 덮고도 남는다. 1인 주거, 혼술, 혼밥 등의 용어가 난무하는 사회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현대사회의 공동체 모습은 나누어져 연결되고, 떨어져서 모이듯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의 건축은, 특히 한국의 현대 건축은 아직도 과거 향, 두레, 계와 같은 농경 사회적 또는 상호부조相互扶助적 공동체 의식에 관대하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사회 속에서 공동체community를 바라보는 시선의 여전한 진부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새로운 미래사회의 모습을 묘사를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건축물부문 주제 테크놀러지와 소통하는 건축Communication between Architecture and Technology을 통해 그려보며, 현대건축이 가져야할 방향의 미미한 연습을 시작해보려 한다.

 

계획 2017-019번 팀은 미래사회 의 기본적인 형태가 될 수 있는 하나의 제안너머의 환경을 만들고, 공동체라는 상투성과 반성적 거리를 유지하는 냉정함에서 비롯된 어떤 불안의 감수성을 담은 미래사회 묘사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은의 그것과도 같이 어떤 멜랑콜리의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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